로버트 뮬러(왼쪽) 특별검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중인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를 향해 또다시 “임명되지 말았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며 비난을 이어갔다. 저명한 법학자가 자신의 편을 들자, 곧장 트위터에 그 글을 옮기고 특검의 역할을 부정했다. 뮬러 특검팀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면조사를 염두에 두고 대통령 쪽 변호인단과 신문 사항을 논의하며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트위터에 “범죄나 공모, 그 밖의 다른 것들, 사법방해가 있었다고 믿을 만한 타당한 근거가 없었기에 특검은 임명되지 말았어야 한다”는 앨런 더쇼위츠 하버드대 법학대학원 명예교수의 인터뷰 내용을 인용했다. 더쇼위츠는 전날 <폭스> 채널 ‘루 돕스 투나잇’에서 “뮬러 특검의 임명을 반대했고, 지금도 여전히 반대한다. 특검은 정의의 근본 원칙과 핵심을 위반한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의회 전문 매체 <더 힐>에는 “트럼프가 맞다: 특별검사는 임명되지 말았어야 한다”는 제목으로 기고했다.
<시엔엔> 방송에 출연한 앨런 더쇼위츠 하버드대 법학대학원 명예교수(왼쪽)와 제프리 투빈 법률 분석가(오른쪽). 가운데는 앤더슨 쿠퍼 기자. 시엔엔 방송 갈무리
더쇼위츠의 발언은 사제 간 언쟁으로 확대됐다. 하버드대 법학대학원 출신으로 <시엔엔>(CNN) 방송 법률 분석가인 제프리 투빈과 더쇼위츠는 이날 ‘앤더슨 쿠퍼 360도’에 출연해 서로를 살벌하게 물어뜯었다. 투빈이 “지난해부터 모든 상황에서 어떻게 이렇게도 ‘도널드 트럼프에게 물을 나르는 일’을 할 수 있냐” “원래 하던 행동이 아니다”라고 꼬집자, 더쇼위츠는 “나는 지난 50년간 정확히 똑같은 말을 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을 자주 공격했다. 그를 위해 물을 나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어 “제프리, 당신이 내 제자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엔엔>은 이날 뮬러 특검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묻고자 하는 4가지 주요 주제에 대해 대통령 쪽 변호인단과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2016년 6월 트럼프타워에서 진행된 러시아 인사들과 트럼프 대통령 장남 트럼프 주니어의 만남이 핵심 사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워싱턴 내셔널빌딩뮤지엄에서 열린 공화당 전국위원회 만찬 행사에서 연설을 앞두고 마이크를 만지며 미소 짓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4선 당선 축하 전화를 건 것 또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러시아가 부정선거 의혹에 휩싸여 있으며, 지난 4일 영국에서 발생한 전직 이중스파이 암살 사건으로 외교 압박까지 받고 있다며 백악관 관계자가 축하 인사를 만류했지만, 결국 전화 통화를 강행해서다.
존 브레넌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엠에스엔비시>(MSNBC) 방송에 “러시아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망신스러운 정보를 가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브레넌은 2016년 대선 과정에서 러시아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는 내용의 문건이 공개됐을 때 중앙정보국을 이끈 인물이다.
브레넌은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러시아가 협박용으로 무언가를 가졌는지는 모르겠다”면서도 “러시아의 계속되는 악의적 행동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당혹스러운 복종’을 하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오바마 역시 푸틴에게 전화했었다”며 “러시아는 물론, 다른 나라들과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지 나쁜 일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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