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지명된 존 볼턴이 2016년 12월2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 당선자를 뉴욕의 트럼프타워에서 면담한 뒤 보도진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미국의 안보 컨트롤타워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초강경 매파 존 볼턴이 지명되면서 안보진영 ‘숙청’이 예상되고 있다. 내각에서는 그의 임명에 대한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다.
볼턴은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NSC)의 대대적 개편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가 소식통을 인용해 2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볼턴은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때부터 안보위에 있던 관리 등 수십명의 현직 관리를 사퇴시키는 개편을 추진할 것이라고 <포린 폴리시>는 전했다.
이번 개편은 언론에 대통령에 관한 사항을 흘리는 등 트럼프 대통령에게 충성하지 않는 관리들을 겨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의 한 전직 관리는 “볼턴은 백악관을 청소할 수 있고 청소할 것이다”라며 “그는 맥매스터가 데려온 정무직 임명자들도 모두 제거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볼턴의 측근인 매슈 프리드먼이 볼턴의 안보보좌관 직무 인수를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볼턴 쪽이 해임을 요구하는 첫 대상은 전략 담당 부안보보좌관인 나디아 섀들로로 전해졌다. 섀들로는 동맹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미국의 전통적인 대외정책 입지를 재확인하는 ‘국가안보전략’을 입안한 인물이다.
하지만 볼턴 쪽의 한 측근은 인적 개편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서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북-미 정상회담은 현재의 인적 진용으로 대처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볼턴의 국가안보보좌관 임명은 행정부 내에서 큰 충돌을 부를 것이라는 전망이 일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24일 전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23일 볼턴의 임명 소식이 전해진 뒤 자신이 볼턴과 일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동료들에게 말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매티스 장관은 볼턴이 선제타격을 주장하던 북한과의 군사대결은 “모든 사람의 인생에서 최악의 전쟁”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또 볼턴이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란과의 국제핵협약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도 볼턴의 임명에 소극적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하지만 볼턴과 일했던 일부 인사들은 트럼프가 볼턴에게 원하는 것은 분쟁이 아니라 파급력이라며, 볼턴이 트럼프가 추구하는 의제를 적극 뒷받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안보보좌관이었던 스티븐 해들리는 “모든 사람이 전쟁 위험이 높아질 것이라고 인식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볼턴은 넘지 말아야 하는 선이 있다는 강경한 태도를 명확히 하고자 하는 힘을 통한 평화 추구자이며, 이는 전쟁을 막기 위한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