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포르노 배우 스테퍼니 클리퍼드(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섹스 스캔들’ 전말을 털어놓은 포르노 배우 스테퍼니 클리퍼드(39·예명 스토미 대니얼스)의 <시비에스>(CBS) 방송 인터뷰를 본 뒤 미국인들의 시선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쏠렸다. 당연히 트위터로 “가짜 뉴스”라고 주장하거나 강도 높은 막말을 내뱉겠거니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답지 않았다. <뉴욕 타임스>는 26일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는 이어지지만, 클리퍼드에겐 침묵하고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재임 61주차를 넘어선 그가 트위터로 공격하지 않는 두 사람을 발견했다. 바로 클리퍼드와 캐런 맥두걸”이라고 꼬집었다. <플레이 보이> 모델 출신 맥두걸(47) 또한 트럼프 대통령과의 성관계를 폭로하면서 “비밀 유지 합의 무효”를 주장하는 소송을 진행 중이다. 맥두걸은 22일 <시엔엔>(CNN) 방송에 출연해 “사랑하는 사이였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내연 관계였음을 밝혔다.
<뉴욕 타임스>는 “취임 후 2900번 이상 트위트로 러시아 스캔들을 ‘가짜 뉴스’라고 주장하고, 백악관 내부 알력 다툼이나 세계 지도자들과의 논쟁마저 주저하지 않았던 그가 최근 며칠간 평소답지 않게 조용하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가짜 뉴스가 너무 많다. 이렇게 방대하거나 부정확한 적이 없었다”면서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잘하고 있다”는 트위트를 올렸다. 클리퍼드나 맥두걸에 대한 이야기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워싱턴 포스트>도 이날 “반격해야 할 이가 지금껏 주먹을 붙들고 있다”고 표현했다. 또 백악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백악관 내부에선 클리퍼드의 주장에 신빙성이 있다고 믿으며, 이 심각한 이야기가 대통령직에 손상을 입힐 만큼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25일 <시비에스> ‘60분’에 출연해 인터뷰하고 있는 스테퍼니 클리퍼드. 시비에스 누리집 갈무리
백악관은 원론적 입장을 낸 후 사태를 관망하는 것으로 보인다. 라즈 샤 백악관 부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백악관은 관여하지 않는다”면서 “대통령은 일관되게 그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샤 부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 인터뷰를 봤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해주지 않았다. 클리퍼드의 변호사인 마이클 아베나티는 <시비에스>에 출연해 “향후 몇개월 동안 많은 증거가 나올 것이며, 모든 사실이 드러나면 미국 시민들은 정확하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게 될 것”이라며 공방전을 이어갈 것을 예고했다.
클리퍼드가 출연한 <시비에스> ‘60분’은 10년 만에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은 25일 밤 방영된 이 프로그램을 2200만명이 시청했다고 밝혔다. 2008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당선자 신분으로 아내 미셸과 함께 출연했을 당시 2500만명이 시청한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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