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가 2015년 9월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에 있는 페이스북 본사 타운홀 무대에 서있다. 멘로파크/로이터 연합뉴스
이용자 정보 유출 스캔들로 창사 이래 최대 난관에 봉착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가 미국 의회의 출석 요구에 응하기로 했다고 <시엔엔>(CNN) 방송이 27일 보도했다.
페이스북 관계자는 “저커버그가 의회에서 증언해야 한다는 사실에 동의했고, 회사가 전략을 세우고 있다”며 “저커버그의 의지가 선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 잭 도시 트위터 최고경영자에게도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척 그래슬리 의원이 이끄는 상원 법사위원회는 다음달 10일 개인정보 보호 문제를 다루기 위해 세 경영자에게 의회에 출석해달라고 요청했다. 구글과 트위터는 아직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저커버그는 하원 에너지·통상위원회, 상원 통상·과학·교통위원회에서도 출석 요구를 받았지만 여기에도 응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시엔엔>은 “저커버그의 출석 결정은 영국 런던이 아닌 미국 워싱턴이 페이스북 개인정보 유출 파문을 심판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페이스북·트위터·구글은 지난해 10월 미국 상원 법사위원회 청문회에 불려가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된 가짜 뉴스 여론전에 대한 질의를 받은 바 있다. 당시 페이스북에서는 콜린 스트레치 페이스북 법률고문이 증언했다. 트위터와 구글도 담당 변호사가 참석했다.
저커버그는 영국 의회에서도 출석 요구를 받은 상황이다. 대미언 콜린스 의원이 이끄는 영국 하원 디지털·미디어·문화위원회가 지난주에 출석 요구서를 보냈고, 페이스북 쪽에서는 마이크 슈로퍼 최고기술책임자나 크리스 콕스 최고제품책임자를 런던으로 보내 사태를 설명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콜린스 의원은 “사안의 심각성을 볼 때 저커버그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도 이날 의회에서 “위원회에 출석하는 것은 스스로 결정할 문제이지만, 나는 그가 출석하기를 희망한다”, “사람들은 이 문제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몸담은 데이터 분석 업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페이스북 이용자 5000만명의 개인정보를 분석해 2016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운동에 이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문이 일었다. 영국 당국은 24일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의 런던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저커버그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가 사태가 불거진 지 나흘 만인 지난 21일 페이스북 계정과 <시엔엔> 인터뷰를 통해 “데이터 업체가 신뢰를 저버린 것”이라며 도의적 책임이 있다고 사과했지만 여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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