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4월6일 미-중 정상회담이 열린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팜비치/로이터 연합뉴스
‘무역 전쟁’의 포문을 연 미국과 중국이 서로의 급소를 겨눈 뒤 일단 탐색전에 들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현지시각) 트위터에 “우리는 중국과 무역 전쟁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 전쟁은 몇년 전에 미국을 대표하는 멍청하고 무능한 사람들에 의해 패배했다. 지금 우리는 1년에 5000억달러의 무역적자를 보고 있다. 지식재산권 절취로 인한 3000억달러 무역적자도 있다. 우리는 이를 지속할 수 없다”는 글을 올렸다. 중국과의 싸움에서 물러설 여지가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관료들은 협상 가능성을 열어놓는 발언도 이어갔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관세가 부과되기 전까지 두어 달이 남았다. 우리에게 최상의 협상가들이 있어 매우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행동에 변화가 없고 불공정 무역행위들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그때 우리는 움직일 것”이라며 중국의 양보가 없을 경우에 보복관세를 발효할 것임을 시사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전날 25%의 관세가 부과될 연 500억달러(약 53조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 1300개 품목을 발표했고, 중국도 즉각 대두·자동차·항공기 등 연 5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 106개 품목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미국은 5월22일까지 기업 등의 의견 수렴을 거쳐 관세 부과를 결정할 예정이고, 중국 역시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 상황을 보고는 실시 날짜를 따로 발표하기로 했다.
양쪽은 곧바로 첫 담판을 시작했다. 미국 국무장관 대행인 존 설리번 국무부 부장관과 추이톈카이 주미 중국대사가 4일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만났다. 추이 대사는 “우리는 여전히 협상을 선호하나, 탱고를 추려면 두 사람이 필요하다”며 “미국이 무엇을 할 것인지 보겠다”고 말했다. 미국이 협상을 위한 조처를 취한다면 중국도 상응하는 조처를 하겠다는 뜻이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 인터뷰에서 관세 위협은 협상과 물밑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단지 첫 제안”일 뿐이라며 “지금 무역 전쟁은 없다”고 강조했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도 <시엔엔>(CNN)에 무역 전쟁이 “3차대전으로 가진 않을 것”이라며 “어떤 전쟁 상황도 결국 협상으로 마무리 된다”고 말했다.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 등 미국 쪽은 이미 무역 분쟁을 풀기 위한 대화를 중국 쪽과 진행해왔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미국은 중국에 연 3752억달러의 대중 무역적자 중 1000억달러를 줄이라고 요구하고 있다. 미국 자동차 관세 인하, 금융시장 개방, 미국산 반도체와 천연가스 구매 확대 등 중국 쪽의 양보에 초점이 맞춰져왔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초점은 중국 쪽이 제시하는 양보 카드가 피터 나바로 국가무역위원장,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 대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강경론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느냐로 모아진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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