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정희영 디자이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이 다음달로 다가오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서서히 몸을 푸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백악관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4일(현지시각)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주도로 매주 한 차례씩 관련 부처가 모여 (북-미 정상회담 관련)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말께 북-미 정보기관이 실무 차원의 접촉을 시작했다는 전언도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서의 논의나 북-미 양쪽 접촉에서 특별한 진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가 9일부터 업무를 시작하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지명자가 이달 말께 상원 인준청문회를 통과해야 탄력을 받을 것으로 소식통들은 내다봤다.
이 때문에 북-미 회담 장소나 날짜 등에 대해서도 외부로 흘러나오는 얘기는 없는 편이다. 정상회담을 할 수 있는 장소는 이동과 보안을 고려하면 판문점, 제주도, 서울, 평양, 워싱턴 등으로 제한돼 있다. 평양과 워싱턴은 북-미 양쪽이 선호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중국도 베이징이나 상하이 개최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회담 장소 결정이 다소 복잡해진 양상이다.
일부에선 백악관이 회담의 극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의 별장인 마러라고 리조트에서의 회동을 전격 제안할 수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지만 신빙성은 떨어진다. 사실이라고 해도 북한이 받을 가능성도 거의 없어 보인다.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북-중 정상회담이 열린 것에 대해선 워싱턴에 양가적 감정이 존재한다. 김 위원장이 한국 특사단에 이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도 비핵화 의지를 반복적으로 밝힌 것엔 긍정적 평가를 하면서도, 북-중 정상회담이 먼저 진행돼 북-미 정상회담의 값어치가 상대적으로 낮아진 것에 대해선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중국이 대북 제재 완화를 시도할 것이라는 경계감도 있다. 워싱턴 싱크탱크의 한 관계자는 “북한과 중국이 함께 미국의 입장을 약화시키려며 한다면, 미국은 최대의 압박을 유지하기 위해 중국은행에 대한 제재 카드를 꺼내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의 이런 분위기를 의식해 중국도 최근 미국 쪽에 ‘유엔 대북 제재를 위반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사를 지속적으로 전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마주앉아 논의할 비핵화 로드맵이나 구상에 대해선 미 행정부 내부에서 아직 구체적인 복안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은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합의 뒤 시간을 끌지 않고 속도감 있게 이행을 강조하는 정도의 내부 공감대가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다른 소식통은 “사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김 위원장과 담판을 원하기 때문에 이전처럼 촘촘하게 준비할 필요는 없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전문가들도 북-미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합의문 형태보다는 대략적인 큰 틀과 방향성을 담은 ‘코뮤니케’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럴 경우 비핵화라는 목표를 전제로 신고 시설 동결, 미신고 시설을 포함한 동결, 핵무기 수량 제한 등이 첫 단계 이행 조처로 설정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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