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마이클 코언이 지난해 9월 워싱턴 상원 정보위원회에 출석하기 위해 연방정부 사무소에 들어서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마이클 코언의 뉴욕 사무실과 집, 머물던 호텔 등을 압수수색했다고 <시엔엔>(CNN) 방송이 9일 보도했다.
연방수사국은 이날 오전 9시30분께 뉴욕 록펠러 플라자 23층에 있는 사무실과 코엔이 머물던 호텔 방, 그의 집에서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언의 변호사 스티븐 라이언은 “연방수사국이 코언과 고객들 사이 기밀 대화 내용을 가져갔다”며 “부적절하고 불필요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또 압수수색은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위탁으로 이뤄졌다고 전했다. 코언의 영업 기록과 이메일, 문서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성관계를 폭로한 포르노 배우 스테퍼니 클리퍼드(예명 스토미 대니얼스)에 대한 합의금 지급 관련 자료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코언은 2006년부터 트럼프그룹에서 일한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클리퍼드에게 대통령 선거 2주 전인 2016년 10월 트럼프 대통령과의 성관계를 함구하는 대가로 13만달러(약 1억3868만원)를 지급한 장본인이다. 코언은 지금껏 돈을 준 것을 인정하면서도 개인 간 거래였다고 주장해왔다. <워싱턴 포스트>는 코언이 클리퍼드에게 준 돈은 주택담보대출로 마련했다고 밝혔지만, 수사팀은 이 돈이 트럼프 대통령 쪽에서 나왔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코언의 금융 사기와 선거자금법 위반 혐의 등을 살펴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클리퍼드에게 돈을 줬다면 선거법을 어긴 것으로 볼 수 있어서다. <뉴욕 타임스>는 뉴욕대 로스쿨 스테판 길러스 교수를 인용해 “변호사 사무실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특검이 코언의 혐의를 가볍게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2016년 7월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및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과 러시아 쪽 인사의 회동에 관해 전 백악관 공보국장인 호프 힉스와 코언이 주고받은 이메일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뮬러 특검은 우크라이나 억만장자인 빅토르 핀추크가 2015년 9월 트럼프그룹에 15만달러를 기부한 배경도 조사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방부 주요 간부들과의 회의에 앞서 백악관에서 관련 방송 보도를 시청한 뒤, 연방수사국의 압수수색을 “수치스러운 상황”, “진정한 의미에서 우리 나라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회의 때도 “마녀사냥”이라거나 “불명예”라며 분노했다고 한다. 이어 뮬러 특검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많은 사람이 내게 뮬러 특검을 해임하라고 건의한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볼 것”이라고 압박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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