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상원 법사위원회와 상무위원회 합동 청문회에 출석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를 사진기자들이 둘러싸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8700만명의 개인 정보가 유출된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사건이 결국 정보기술(IT) 거물을 워싱턴 의회 청문회장으로 불러냈다. 마크 저커버그(33)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2007년 창업 후 처음으로 10일 상원 법사위원회와 상무위원회 합동청문회에 출석해 개인 정보 유출 사건에 대해 사과했다. 회색 티셔츠와 청바지 대신 남색 정장과 파란 넥타이를 갖춰 입은 그의 ‘워싱턴 데뷔’에는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으나, 원론적인 질의·응답만이 오갔다는 평가가 나왔다. 5시간에 걸친 청문회는 생중계됐다.
<시엔엔>(CNN) 방송은 “저커버그의 청문회 첫날은 많은 의원들이 21세기 기술에 관해 ‘문맹’이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줬다”며 “그에게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시장 반응도 비슷했다. 청문회가 끝난 뒤 페이스북 주가는 2년 만에 가장 높은 4.5% 폭등세로 주당 165.04달러를 기록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가 10일 상원 법사위원회와 상무위원회 합동 청문회에 출석해 질문을 듣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저커버그는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해 “가짜 뉴스, 외국의 선거 개입, 증오 발언, 개발자나 데이터 개인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충분한 예방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큰 실수였다. 그것을 운영하는 나는 여기에서 일어난 일에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또 가짜 계정을 식별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를 개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저커버그는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질문에 “러시아에는 우리 시스템을 악용하려는 이들이 있다”며 “이것은 ‘군비 경쟁’이다. 우리도 맞서 투자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2016년 러시아 쪽의 정보 활동을 늦게 파악한 것이 회사를 운영하며 겪은 가장 큰 후회라고 덧붙이며 “2018년 최우선 순위 중 하나는 이를 바로잡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2016년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에 대한 수사를 벌이는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에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영국 케임브리지대 알렉산드르 코건 교수가 성격 검사 용도로 개발한 앱을 통해 수집된 미국과 영국의 페이스북 이용자 8700만명 정보가 도널드 트럼프 선거 캠프 쪽 데이터 업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로 흘러갔다는 내부자 폭로가 나오며 파문이 시작됐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를 본뜬 실물크기 모형 100개가 10일 워싱턴 의사당을 배경으로 줄지어 서있다. 시민단체 아바즈가 설치한 이 조형물은 페이스북을 페이크북(fakebook)이라고 비판하면서 “바로잡으라”고 주장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이날 의회 앞 잔디밭에는 저커버그의 모습을 실제 크기로 본뜬 모형 100개가 세워졌다. 마분지로 만든 모형은 “페이크북(fakebook)을 바로잡으라”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었다. 저커버그는 11일 하원 에너지 상무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두 번째 증언을 할 예정이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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