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환경운동가이자 동성애자의 권리를 대변해온 유명 변호사였던 데이비드 버클(60)이 화석연료 때문에 지구가 황폐해지고 있다며 14일 그 연료로 몸을 태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에이피>(AP) 통신은 이날 오전 6시30분께 버클이 미국 뉴욕 브루클린 프로스펙트공원에서 분신한 것을 조깅하던 시민이 발견해 신고했다고 보도했다. 주검 옆에 있던 쇼핑카트에는 ‘경찰에게’라고 적은 유서와 신분증이 있었고, 유서 봉투에는 자필로 “내 이름은 데이비드 버클이다. 항의하기 위해 분신한다. 엉망으로 만들어서 죄송하다”는 쪽지가 붙어 있었다.
버클은 유서에서 “화석연료로 인한 나의 죽음은 우리 스스로가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라며 “나의 죽음이 다른 사람을 돕는 영예로운 죽음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오염이 공기와 땅, 물, 날씨를 통해 우리 땅을 황폐화했다”며 “화석연료를 사용하면서 좋지 않은 공기를 마시게 된 사람들이 조기에 사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버클은 사망하기 직전인 이날 오전 5시55분께 유서 내용을 <뉴욕 타임스> 등 언론사 몇 곳에 이메일로 보내기도 했다.
버클은 1993년 성전환 수술을 받지 않고 트랜스젠더로 살아가다 이를 알게 된 친구들에게 성폭행·살해당한 ‘브랜던 티나 사건’의 수석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이 사건은 성전환자에게 적대적 태도와 감정을 갖는 ‘트랜스포비아’의 대표적 사례로 알려지며 1999년 영화 <소년은 울지 않는다>로도 만들어졌다. 이후 성소수자를 위해 싸우는 시민단체 ‘람다 리걸’에 합류해 동성결혼 프로젝트 담당자 겸 고문 변호사로 일했다. 성소수자의 결혼할 권리를 위한 투쟁을 이어가면서, 동성애 소년·소녀에 대한 보호 활동을 했다. 뉴저지주와 아이오와주 등에서 동성 간 결혼 사건을 맡았으며, 학교가 동성애 학생이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막을 의무가 있다는 연방법원의 판결을 최초로 이끌어냈다.
동시에 환경운동가로도 활약했다. 뉴욕주 비영리 단체인 ‘레드 훅 커뮤니티 팜’ 소속으로, 최근엔 뉴욕 브루클린 식물원 내 복합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유기체의 재생 작업을 관리하는 코디네이터로 일했다.
람다 리걸은 성명을 내어 “그의 죽음은 가족들뿐 아니라 사회 정의를 위한 운동 전체에 막대한 손해”라며 “버클은 포기하지 않는 변호사이자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친절함과 헌신, 정의를 향한 비전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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