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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번번이 충돌, 트럼프-캘리포니아 ‘내전’ 격화

등록 2018-04-17 17:52수정 2018-04-17 19:25

브라운 주지사, 주방위군 지원 입장 번복
이민자·기후협약·세제 등 번번이 충돌중
캘리포니아, 민주당 텃밭에 자유주의 성향
‘영’ 안 서는 트럼프 “통제 불능” 비난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주지사. 제리 브라운 트위터 갈무리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주지사. 제리 브라운 트위터 갈무리
“하나의 미국이 또 다른 미국과 싸운다.”

<뉴욕 타임스>는 지난 1월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충돌을 이렇게 표현했다. 하나의 나라로 치자면 경제 규모가 세계 6위인 캘리포니아주가 트럼프 행정부와 사사건건 부딪치는 상황을 묘사한 것이다.

이 치열한 전쟁에 사례 하나가 더해졌다. 16일 멕시코 국경에 주방위군 투입을 명령한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 캘리포니아주가 지원 거절 의사를 밝혔다. 로버트 살레세스 국방부 차관대행은 “캘리포니아주가 임무를 수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앞서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지난 11일 연방정부에 주방위군 400여명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다만 장벽 건설이나 불법 이민자 체포에는 동원될 수 없다고 전제했다. 이 결정을 번복한 것은 세부 조율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미 애리조나주·텍사스·뉴멕시코주가 주방위군 1600명을 국경에 배치했다. 이 세 주는 모두 공화당 출신 주지사가 있는 곳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주방위군 국경 배치안을 따르겠다는 내용이 담긴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주지사의 성명서. 브라운 주지사 트위터 갈무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주방위군 국경 배치안을 따르겠다는 내용이 담긴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주지사의 성명서. 브라운 주지사 트위터 갈무리
캘리포니아주는 ‘반란’이라도 결심한듯 트럼프 대통령의 우파적 정책에 불복종하고 있다. 지난해 1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서명한 ‘반이민 행정명령’과 관련해, 캘리포니아주는 불법 체류자를 보호하는 내용이 담긴 ‘피난처주’ 법을 만들었다. 지난달 30일 브라운 주지사가 추방 위기에 놓인 이민자 출신 전과자 5명을 사면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제리 ‘달빛(moonbeam)’ 브라운 주지사가 범죄자 5명을 사면했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달빛’은 몽상적인 이론만 내놓는다고 빈정대는 의미가 담긴 별명이다.

지난해 6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를 선언했지만, 캘리포니아주는 이 협정을 준수하겠다며 ‘미국 기후동맹’ 성명을 발표해 맞불을 놨다. 캘리포니아주가 올 1월 기호용 마리화나를 합법화하자, 트럼프 행정부는 주정부의 자율성과 상관없이 약물 단속권을 행사하겠다며 반발했다. 연방정부의 연안 지역 석유·가스 시추 허용 안에도 입장이 엇갈린다.

제리 브라인 캘리포니아주지사가 지난해 12월 12일 프랑스 파리 인근 불로뉴비양쿠르에서 열린 ‘원 플래닛 서밋’에 참석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기조에 반대하며 기후 변화 협약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불로뉴비양쿠르/AFP 연합뉴스
제리 브라인 캘리포니아주지사가 지난해 12월 12일 프랑스 파리 인근 불로뉴비양쿠르에서 열린 ‘원 플래닛 서밋’에 참석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기조에 반대하며 기후 변화 협약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불로뉴비양쿠르/AFP 연합뉴스
※ 그래픽을 누르면 확대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3일에서야 국경장벽 시제품 건설 현장을 둘러볼 목적으로 취임 후 처음 캘리포니아주를 찾았다. 그러자 로스앤젤레스와 샌디에이고 등 주요 도시에서 대규모 반트럼프 시위가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때도 “브라운 주지사는 캘리포니아주를 형편없게 운영하고 있다”며 “미국에서 가장 높은 세금을 매기는 주다. 아주 통제 불능이다”라고 비판했다. 브라운 주지사는 “캘리포니아는 미국에서 가장 번영한 곳”이라고 반박했다.

캘리포니아주가 반트럼프 운동 최전선에 서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민주당 텃밭으로, 브라운 주지사를 포함해 주의회 상·하원의장, 주도 새크라멘토 시장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인구 10명 중 4명은 히스패닉계이며, 전체 인구 3900만명 중 영어 사용자는 60%를 밑돈다. 다양한 인구 구성이 민주주의와 다양성이란 진보적 가치의 버팀목이 된다. 이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뒤 분리 독립하자는 ‘칼렉시트’(Calexit) 운동까지 등장했다. 올해 80살인 브라운 주지사는 캘리포니아 정치 명문가 출신으로, 1975년부터 8년간 주지사로 재직했고, 2011년에 다시 주지사가 됐다. 부친 팻 브라운도 1959년부터 8년간 주지사를 역임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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