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41대 대통령 조지 H. W. 부시 아내
43대 대통령 조지 W. 부시의 어머니
만성 폐쇄성 폐질환·울혈성 심부전 92살 별세
문맹 퇴치·노숙인·에이즈 인식 전환 운동 활발히
<시엔비시>, “모두의 할머니, 그 이상이었다” 애도
바버라 부시. 미국 의회도서관 공식 누리집 갈무리
미국 41대 대통령 조지 허버트 워커(H.W.) 부시의 아내이자, 43대 대통령 조지 워커(W.) 부시의 어머니인 바버라 부시가 별세했다. 향년 92.
짐 맥그래스 H.W. 부시 대통령 대변인은 바버라가 17일 오전 텍사스주 휴스턴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최근 호흡기 질환인 만성 폐쇄성 폐 질환과 울혈성 심부전을 앓았다고 <시엔엔>(CNN) 방송은 전했다. 바버라 부시는 지난달 30일께 호흡 곤란 상태가 됐고, 지난 15일에는 추가적 의료지원 없이 편안하게 임종을 맞이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1925년 뉴욕에서 태어난 그는 16살이던 41년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부시 전 대통령을 만나 교제를 시작했다. 1945년 1월 대학 생활을 포기한 채 결혼했고, 자녀 6명을 낳았다. 첫째 아들이 조지 W. 부시다. 둘째였던 딸 로빈 부시가 세살 때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나는 아픔도 겪었다. 바버라와 부시는 지난 1월 73번째 결혼기념일을 맞이하며, 대통령 역사상 최장기간 결혼 관계를 유지했다.
아버지 부시는 1981년부터 8년간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에서 부통령으로 일했다. 이때부터 바버라는 문맹 퇴치 운동을 주도하며 주목받았다. 퍼스트레이디로 백악관에 입성한 뒤로는 3줄짜리 가짜 진주 목걸이를 뽐내는 소탈한 모습으로 미국 시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1999년 여론조사에서 미국 시민 63%가 바버라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비호감이란 답변은 3%였다. 바버라는 교육을 돕기 위한 비영리 단체 ‘바버라 부시 재단’을 설립했고, 노숙인 쉼터를 후원했으며, 에이즈 인식 전환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시엔비시>(CNBC) 방송은 그를 “모두의 할머니, 그 이상이었다”고 애도했다.
바버라는 미국 2대 대통령인 존 애덤스(1735~1826)의 아내이자, 6대 대통령 존 퀸시 애덤스(1767~1848)의 어머니였던 아비가일 애덤스(1744~1818)에 이어 남편과 아들이 모두 미국 대통령 자리에 앉은 두 번째 여성으로 역사에 기록됐다. 남편과 아들의 대통령 선서를 모두 지켜본 퍼스트레이디로는 유일하다. <워싱턴 포스트>는 “미국 정치 왕조의 안주인으로 반세기 이상 대중의 시선 속에 살았다”고 평가했다. 둘째 아들인 젭 부시도 1999년부터 8년간 플로리다주 주지사를 역임했고, 2016년에는 공화당 대선 경선에 출마했다. 바버라는 젭 부시의 대선 출마를 두고 “유능한 다른 사람이 아주 많다. ‘부시 대통령’은 이미 충분하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바버라는 1988년 갑상샘 질환 진단을 받았고, 2008년에는 천공성 궤양으로 수술하기도 했다. 4개월 후에 심장 수술까지 하면서 긴 투병 생활을 했다. 2013년 12월 폐렴으로 입원한 적이 있다.
아들 부시는 “바버라는 훌륭한 퍼스트레이디였으며, 마지막까지 긴장하게 하고 웃게 만드신 분”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 트럼프는 공동 성명을 내고 “바버라는 미국 가정의 가치를 지켜낸 사람”이라며 “나라와 가족에 대한 헌신이 오래 기억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20일 바버라가 출석하던 휴스턴 세인트 마틴 교회에서 시신이 안치될 예정이다. 21일에는 세컨드밥티스트교회에서 비공개 장례식을 치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까지 조기를 게양하도록 지시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