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미 더크워스 미국 상원의원이 19일 생후 10일된 딸 마일리 펄 볼스비를 품에 안고 워싱턴 의사당으로 들어서고 있다. 상원 역사상 아기의 출입이 허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태미 더크워스 미국 상원의원. 더크워스 트위터 갈무리
두 딸의 엄마이자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인 태미 더크워스(51)가 19일 생후 10일 된 딸 마일리 펄 볼스비를 데리고 의회에 출석하면서 ‘미국 의회사’를 다시 썼다. 미국 상원에 갓 태어난 아기가 출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시대가 변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예의와 엄격한 규정을 강조하는 상원에는 그간 어린이의 출입이 허용되지 않았다. 상의를 갖춰 입어야 하고, 슬리퍼, 운동화, 반바지, 모자 착용도 불가능하다. 볼스비는 상·하의가 붙은 노란색 외출복에 옥색 재킷을 입었다. 볼스비에겐 복장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분홍색 니트 모자까지 쓸 수 있었다. 더크워스 의원은 임기 중 아기를 출산한 첫 상원의원이고, 볼스비는 상원에 들어선 최초의 아기다. 더크워스 의원은 “기분이 좋다. 이제 그럴 때가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아기를 안고 짐 브라이든스타인 항공우주국(NASA) 국장 인준안 표결에 참여했다.
볼스비가 의사당 안으로 들어서자 뜨거운 반응이 이어졌다. 여야 모두 웃음꽃을 피웠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아기가 너무 아름답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고,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도 손을 흔들며 미소 지었다. <뉴욕 타임스>는 이번 결정을 “의회가 일하는 여성에게 환영받는 직장이라는 메시지를 나라 전체에 보내는 것”이라고 한 여성 의원들 발언을 전했다.
전날 상원은 ‘볼스비를 맞이하려고’ 생후 1년 미만 영아를 의원이 동반할 수 있도록 하는 규칙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더크워스 의원이 임신 사실을 밝힌 지난 1월 이후 상원 운영위원회는 규칙 개정을 타진했다. 개정안은 만장일치로 통과됐으나, 합의에 이르기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끊이지 않았다. 모유 수유나 기저귀 교체는 어떻게 할 것인지까지도 논의됐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번 논란이 미국 정부에서 가장 고립된 기관들 중 한 곳에서 벌어진 문화 충돌의 신호라고 소개했다. 현재 상원은 고령화가 더욱 뚜렷하다. 상원의원 나이 중간값은 63살로, 아기를 데리고 출석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타이 출신인 더크워스 의원은 미국 육군 헬기 편대장으로 복무했다. 2004년 이라크전에서 두 다리를 잃어 의족을 착용한다. 오른팔도 불편해 주로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 2012년 하원의원으로 정계에 발을 디딘 그는 2016년 일리노이주에서 당선돼 상원 입성에 성공했다. 상원의 두 번째 아시아계 의원이자, 첫 참전 여성 의원이라는 기록도 갖고 있다. 첫 딸 애비게일(3)은 하원 임기 중 낳았다.
리치아 론줄리 유럽의회 의원과 딸 비토리아. 론줄리 페이스북 갈무리
라리사 워터스 오스트레일리아 상원의원이 모유 수유를 하며 발언하는 모습. 가디언 누리집 갈무리
다른 나라에서도 일-가정 양립의 메시지를 전하려고, 또는 정말 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서 아기를 안고 의사 일정에 참여하는 의원들이 생겨나고 있다. 라리사 워터스 오스트레일리아 상원의원은 지난해 5월 의석에 앉아 14개월짜리 딸에게 모유를 먹여 화제가 됐다. 그는 수유를 하며 일어서서 발언까지 했다. 유럽에서도 여성 의원이 의회에 아기를 동반하거나 모유 수유를 시도하는 모습이 이어진다. 리치아 론줄리 유럽의회 의원(이탈리아)이 원조 격이다. 그는 2010년 생후 44일 된 딸을 안고 의회에 출석했고, 6년간 꾸준히 딸을 데리고 등원하는 모습이 중계되면서 영향력 있는 의원으로 자리매김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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