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국제 핵협정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것은 임박한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앞둔 협상용 목적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 핵협정 탈퇴를 발표하면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 사실도 밝혔다. 북-미 정상회담의 최종 담판을 위한 것을 보이는 폼페이오의 평양 방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압력과 의지를 실은 것으로 해석된다.
<뉴욕 타임스>는 이란 핵협정 탈퇴는 “부분적으로, 그가 이란에 대해 강경 자세를 취하는 것은 임박한 북한 지도자 김정은과의 협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에 의해 추동됐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조처는 중요한 메시지를 주는 것이다. 미국은 더 이상 공허한 위협을 하지 않는다. 내가 약속하면, 나는 지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지금 폼페이오 장관이 김정은과의 나의 임박한 만남을 준비하려고 북한으로 가고 있다”며 “계획이 수립중이고, 관계가 구축중”이라고 말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뒤 배경 설명에서 “오늘 발표된 탈퇴의 또 다른 측면은 미국을 위한 강력한 입지를 세우는 것이고, 이는 단순히 이란뿐만 아니라 북한의 김정은과의 다가오는 만남에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 대한 메시지는 대통령이 진정한 거래를 원한다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보좌관의 이 말은 북한에 대한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내민 것이다. 미국이 만족스럽지 못한 협상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도 북한과의 협상을 타결할 준비가 됐고, 타결만 되면 이를 강력히 추진할 것임을 보인 것이기도 하다.
“내가 약속하면, 나는 지킨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나, “북한에 대한 메시지는 대통령이 진정한 거래를 원한다”는 볼턴 보좌관의 말이 이를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며칠 동안 북한이 협상에 나서는 것은 자신의 압박 정책의 결과이며, 북핵이 폐기될 때까지 대북 제재를 늦추지 않겠다는 말을 계속 해왔다. 하지만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대북 압박 발언 대신에 북한과의 정상회담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이고, 유화적인 발언을 했다. “관계가 구축 중이다”라는 발언 등이다.
이는 미국이 이란과의 핵협정을 파기하면 북한과의 협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미국 조야의 부정적 평가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이란 핵협정 탈퇴 발표 시점에 맞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방북하고, 북한과의 협상에 적극적 의지를 보인 것도 북한을 의식하고 배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란과의 핵협정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것이 북한에 대한 압력만이 아니라 더 큰 타협을 위한 적극적 의지 표시이기도 하다는 신호다.
하지만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협정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것은 미국과의 협상에 나서는 북한에게 부정적 영향을 더 줄 것이라고 일제히 비판적으로 보도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