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성관계를 함구하는 대가로 포르노 배우 스테퍼니 클리퍼드(예명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지급된 ‘입막음용’ 돈이 러시아 재벌의 자금이라는 증언이 나왔다.
클리퍼드의 변호인인 마이클 아베나티는 8일 성명을 내어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이 2016년 10월27일 클리퍼드에게 성관계 사실을 발설하지 말라며 13만달러(약 1억4000만원)를 송금했고, 75일 뒤 같은 계좌로 러시아 부호 빅토르 벡셀베르크한테 50만달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벡셀베르크와 깊게 연관돼 있는 미국 투자회사 ‘콜럼버스 노바’를 통해 돈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콜럼버스 노바는 지난해 1~8월 여덟 차례에 걸쳐 이 계좌에 돈을 보냈다.
이에 대해 콜럼버스 노바는 “(그 돈은) 벡셀베르크와 아무 관련 없는 컨설팅비”라고 밝혔다. 그러나 <시엔엔>(CNN)은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의 유착설을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가 이미 벡셀베르크를 조사했다고 밝혔다. 벡셀베르크는 통신·에너지 기업 레노바 회장을 맡고 있으며, 자산은 130억달러(14조660억원)로 추정된다.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가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크렘린 연계 러시아 신흥 재벌 7명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아베나티가 이날 발표한 7쪽짜리 자료를 보면, 코언은 자금 이체 창구로 이용한 페이퍼 컴퍼니 ‘에센셜 컨설턴트’를 클리퍼드에게 돈을 건네기 10일 전인 2016년 10월17일에 설립했다. 이 회사가 이용한 계좌를 통해 지난 1월까지 최소 440만달러(47억5508만원)가 오갔다.
<뉴욕 타임스>도 코언의 페이퍼 컴퍼니 계좌 내역을 상세히 보도했다. 이 신문이 입수한 금융 거래 내용을 보면, 스위스 바젤에 본사를 둔 다국적 제약회사 노바티스가 9만9980달러(1억805만원)씩 네 차례에 걸쳐 컨설팅비 명목으로 돈을 보냈고, 통신 기업 에이티앤티(AT&T)도 20만달러를 보냈다. 에이티앤티쪽은 “2017년 초 새 정부를 이해하기 위해 컨설팅을 맡긴 것”이라며 “로비한 것도 아니고 불법적인 것도 아니었다. 계약은 2017년 말에 끝났다”고 해명했다. 엘리엇 브로이디 전 공화당 전국위원회 재무위원장도 18만7500달러를 이 계좌에 입금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료에는 지난해 11월 한국 기업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15만달러(1억6212만원)를 지불했다는 설명도 있다. <뉴욕 타임스>는 한국항공우주산업이 미국 방위산업체인 록히드 마틴과 함께 미국 공군에 제공할 목적의 훈련기 공급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이 업체는 관련 답변을 거부했다고 <뉴욕 타임스>는 밝혔다.
코언은 그동안 클리퍼드에게 준 돈을 주택자금대출로 마련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친구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은 <폭스 뉴스>에 출연해, 클리퍼드에게 지급된 13만달러를 트럼프 대통령이 몇 개월에 걸쳐 갚았다고 폭로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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