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총괄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한달여 만에 전격적으로 북한을 재방문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2차 방북으로 북-미 간 사전 조율 과정에서 불거진 ‘이상 기류’를 해소하는 돌파구가 열릴지 관심이 모아진다.
폼페이오 장관은 9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의 오찬에서 “수십 년 동안 우리는 적국이었다. 이제 우리는 이런 갈등을 해결하고, 세계를 향한 위협을 치워버리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김 부위원장을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함께 일할 ‘훌륭한 파트너’라고 칭했고, 김 부위원장은 최근 북한의 정책은 자국에 부과된 국제사회 제재의 결과는 아니라고 주장했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 오후(현지시각) 이란 핵협정 탈퇴를 발표하는 백악관 기자회견 자리에서 “지금 폼페이오 장관이 다가오는 김정은과의 회담 준비를 위해 북한으로 가는 중”이라며 방북 사실을 전격 공개했다. 그는 “(북-미 정상) 회담이 예정돼 있다. 장소를 선택했고, 시간과 날짜도 정해졌다”며 “우리는 매우 큰 성공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거래가 성사되기를 희망한다. 중국과 한국, 일본의 도움으로 모두를 위해 위대한 번영과 평화의 미래에 이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공개되기 몇시간 전인 7일 밤 평양을 향해 출발했다.
부활절 주말(3월31일∼4월1일)에 북한을 극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과 회담한 폼페이오 장관의 재방북 목적은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보인다.
첫째,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인 3명의 석방 문제 협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이들의 석방이 임박한 것처럼 트위트를 올렸지만, 석방 소식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폼페이오 장관의 재방북으로) 3명의 미국인이 곧 석방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둘째, 정상회담을 앞둔 북한과의 의제 조율이다. 최근 북-미 간 핵심 갈등은 북한의 비핵화 조처와 이에 대한 상응 조처의 순서를 어떻게 배열할지, 또 비핵화 이외에 어떤 의제들을 다룰 것인지였다. 폼페이오 장관도 8일 일본 요코타 공군기지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동행 기자단에 “지금까지 정상회담 의제의 개략적 내용들을 만들어왔다. 이번 방북에선 그 중의 몇가지를 확정하고, 성공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틀을 마련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상응 조처의 핵심으로 꼽히는 제재 완화와 관련해 폼페이오 장관은 “조금씩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런 방법은 김정은이 원하거나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북한이 거듭해 요구한 ‘단계적 접근’을 양보하고 북-미가 ‘과감한’ 조처를 주고받는 ‘빅딜’이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마지막은 북-미 정상회담 장소·시기를 확정하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의제 조율 문제와 연동돼 발표가 계속 미뤄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의 2차 방북이 성공적이라면 그 결과는 하루 이틀 안에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