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 백악관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과 만나는 자리에서 북한 핵 폐기에 대한 리비아 모델을 부정하면서, 북한 체제에 대한 안전 보장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7일 북한의 핵폐기 방식과 관련해 ‘리비아 모델’을 부정하는 한편 북한에 대한 체제 보장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주장한 ‘핵 선폐기, 후 보상’이라는 ‘리비아 모델’에 반발한 북한을 달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과의 만남에 앞서 북한 및 북한과 관련된 중국 문제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는 거의 15분 동안 발언했다. 어느 때보다도 북한 문제에 대해 길게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리비아 모델은 우리가 북한에 대해 생각할 때 (마음에 둔) 모델이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카다피와의 모델을 보자면, 그건 완전한 제거였다. 우리는 그를 제거하려고 리비아에 들어갔다. 카다피를 지킬 합의는 없었다”며 “리비아 모델은 아주 다른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우리가 (북한과) 합의를 못 하면 (북한에서) 그 모델이 적용될 것”이라면서도 “만약 우리가 합의를 하면, 김정은은 아주아주 행복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안전 보장을 제공할 것이냐’는 질문에 “나는 기꺼이 많이 제공하고자 한다”며 “아주 강하게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은 자신의 나라에 있을 것이고, 자신의 나라를 운영할 것”이라며 “북한은 부유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발언은 ‘리비아 모델’은 카다피의 안전과 체제를 보장하지 않은 것이지만, 자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북한 체제의 안전 보장을 약속하는 합의를 추구할 것임을 밝힌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리비아, 시리아, 이라크 등 중동국가들을 차례로 거론하며, 이들 국가는 미국과 어떠한 합의도, 체제 보장 약속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거’(decimation)됐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정상회담 개최 여부에 대해 “우리 사람들이 의제들을 놓고 지금 그들과 말 그대로 협상하고 있다”, “아직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으나, 북한은 사실 우리에게 시간 등 다른 모든 것들을 말하고 있다”고 협상이 지속 중임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은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협상하고 있다”면서도 “우리는 (회담이 열리지 못한다는 것에 대해)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 회담이 열리면 열리는 거고, 안 열리면 우리는 다음 조처로 들어간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게 할 수 없다”며 “(김정은 위원장과) 아주 성공적인 회담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실제로 좋은 관계라고 생각하고, 회담을 할 것이고 무언가가 거기에서 나올 것으로 추측한다”며 낙관적 전망을 강조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미국 쪽 입장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며 “정상회담 준비는 계속된다”고 말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만약 북한이 만나고자 한다면 우리는 거기에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최근 북한의 태도 변화에 대해서는 중국의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는 ‘북한의 태도 변화가 전형적인 수법이냐’는 질문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에게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들(북한)이 중국과 만났을 때 상황이 조금 바뀌었다고 생각한다”며 “그들이 시 주석과 두번째 회담을 한 뒤로 큰 차이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그렇긴 하지만 무슨 일이든 일어나면 일어나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우리는 아주 좋은 상태일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김정은)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건 합의를 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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