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던캘리포니아대(USC) 학생 앤젤라 에스키벨 호킨스(가운데)가 2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변호인(왼쪽)과 다른 피해 학생 다니엘라 모하잡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학생건강클리닉 산부인과 의사 조지 틴들의 성폭력을 폭로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총장이 학내 성범죄를 제때에 대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22일 이 학교 교수 200여명은 맥스 니키아스 총장의 사임을 요구하는 성명을 이사회에 제출했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보도했다. 이들은 니키아스 총장이 “학생과 직원, 동료들을 만연한 성범죄와 위법행위로부터 지키는 데 실패했다는 것에 분노와 실망을 표한다”면서 사퇴를 촉구했다. 니키아스는 2010년부터 이 학교 총장으로 일해왔다.
1989년부터 이 학교 학생건강클리닉 산부인과 의사로 근무한 조지 틴들(71)은 진찰 받으려고 온 학생과 직원 수십명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6명이 학교와 틴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그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피해 여성들은 틴들이 산부인과 검진 중에 몸을 만지거나 성적 의미가 담긴 농담을 던졌고, 카메라로 몸을 찍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장갑을 끼지 않은 채 몸을 더듬으며 검사를 했고, 성기에 손을 집어넣은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특히,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유학생들이 미국 의료 시스템을 잘 모른다는 점을 이용해 파렴치한 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학생 4만5500명이 재학 중인 서던캘리포니아대의 유학생 비율은 25%에 달하며, 그 중에는 아시아계가 많다.
학생들이 2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안 ‘앤게만 학생 건강 센터’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틴들을 둘러싼 성추문은 1990년대부터 떠돌았지만, 학교는 2016년 학생건강클리닉 간호사가 ‘캠퍼스 성폭행 위기센터’에 문제 제기를 하기 전까지 아무 조처도 취하지 않았다. 학교는 지난해 6월 틴들을 해임했지만, 그 과정에서도 비밀 계약을 맺었다. 학교는 틴들에게 ‘대가’를 지불하며 사임하도록 했고, 메디컬 이사회에 보고도 하지 않았다. 학교는 미흡한 대처에 질타를 받은 뒤인 18일 학생건강클리닉 수석 의사였던 윌리엄 레빗과 임상책임자 태미 아키요시를 추가로 해고했지만 공분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틴들은 혐의를 부인하며 복직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미국 여자체조 국가대표 팀닥터 래리 나사르(54)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미시간주립대 대학병원 의사이기도 했던 나사르는 수십년간 체조 선수와 학생 수백명을 대상으로 성추행을 일삼았다. 그는 아동 포르노 관련 죄로 징역 60년, 성폭행·성추행으로 각각 175년과 125년 형을 선고받았다.
루 애나 사이먼 미시간주립대 총장은 지난 1월 이 같은 범죄에 적절한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사임했다. 미시간주립대는 16일 피해자에게 5억달러(약 5396억원)에 달하는 보상금을 지불하기로 결정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틴들의 경우 27년 동안 근무했기 때문에 피해자 수가 나사르 사건보다 많을 수 있다고 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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