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여성을 성폭행한 스타 수영선수 브록 터너(22)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 애런 퍼스키(56)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항소법원 판사가 주민소환 투표로 해임됐다. 캘리포니아주에서 주민소환으로 퇴진한 판사가 나온 것은 86년 만이다.
6일 <뉴욕 타임스>는 전날 캘리포니아주 주민투표 결과, 찬성 59.8%, 반대 40.2%로 퍼스키 판사가 해임됐다고 밝혔다. 2003년 캘리포니아주 판사로 임용된 퍼스키의 임기는 애초 2022년까지였다.
터너는 2015년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대 캠퍼스에서 열린 사교클럽 주최 파티에 참석했다가 술에 취한 23살 여성을 성폭행했다. 터너는 합의된 성관계였다고 주장했으나, 이듬해 3월 배심원단은 성폭행 등 3개 혐의에 대해 유죄를 평결했다. 터너가 받을 수 있는 최고 형량이 징역 14년이었고, 검사는 징역 6년을 구형했다. 퍼스키는 “전과가 없고 다른 사람에게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터너에게 징역 6월과 보호관찰 3년을 명령했다.
이후 터너가 전미 고교 수영 챔피언이고, 명문대생이며, 백인 스타 운동선수라서 지나치게 관대한 처벌을 받았다는 반발이 쏟아졌다. 또 그의 아버지가 “20분의 행동으로 너무 가혹한 대가를 치렀다”고 쓴 편지가 공개되며 시민들의 분노가 커졌다. 터너는 심지어 3개월 만에 석방됐다.
퍼스키는 주민소환 투표안이 상정된 뒤 “판사로서 할 일은 양쪽을 모두 고려하는 것이다. 그것(법)이 항상 많은 사람에게 일반적으로 이해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는 법을 지키겠다고 맹세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의 해임 캠페인을 주도한 미셸 다우버 스탠퍼드대 교수는 “샌타클래라 유권자들이 승자”라면서 “우리는 교내 성폭력을 포함한 모든 성폭력을 사법체계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을 일깨우기 위해 투표했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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