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트럼프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볼턴과 같은 편에 서게 되면, 돌아가 입장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을.”
진보 성향 매체인 <뉴욕 타임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역사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례적으로 민주당에 쓴소리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사사건건 날선 공방을 벌여 온 <뉴욕 타임스>의 급격한 태세 전환이다.
이 신문 칼럼니스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는 6일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노력에 유치하게 저항하다”는 제목 논평을 통해 지난 4일 척 슈머 원내대표 등 민주당 상원 지도부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 일침을 날렸다.
슈머 등 민주당 상원 지도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과 합의해야 할 ‘5대 원칙’을 담은 서한을 보냈는데, 여기에는 △모든 핵·생화학 무기 해체·포기 △우라늄·플루토늄 농축·재처리 중단과 핵시설 해체 △탄도미사일 실험 계속적 중지 △핵·미사일 활동 불시 사찰 및 불법행위시 제재 재시행 △영구적 합의 보장 등이 담겼다.
크리스토프는 “민주당이 오히려 트럼프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볼턴과 같은 편에 서 있다”고 비판하면서 “어느 나라도 군사기지, 지하 폭탄 대피소, 국경 요새를 침범하는 것을 거부한다. 이치에 맞지 않는 거래가 통과돼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1990년대부터 민주당이 옹호해온 북한에 대한 외교적 노력을 채택했다고 짚으면서, “이건 역할 반전이다. 수년간 민주당은 공화당이 북한과 교류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는데, 이젠 공화당이 북한과 교류하길 원하기 때문에 그들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크리스토프는 문재인 대통령의 ‘가교’ 역할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결정에 대해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내비치면서 “진짜 영웅은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다. 올림픽을 통해 평화의 과정으로 긴밀하게 돌입했다”고 적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노벨상을 받기는 어려울 테지만, 이 평화의 과정이 살아남는다면 문 대통령은 가치 있는 수상자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단언하진 않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포용책은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실무 회담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면서도 “미사일보단 악수를 하는 것이 더 낫다”고 지적했다. 이어 “계획은 여전히 어그러질 수 있지만, 북한이 몇 년 안에 핵무기를 넘기진 않더라도 장거리 미사일 실험, 플루토늄과 우라늄 생산, 핵기술 이전 등을 지속적으로 중단하는 결론은 상상해 볼 수 있다. (북한이) ICBM을 파괴하고 영변에 핵사찰단 파견을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연락 사무소를 개설하기로 동의하고, 한반도 평화 선언을 합의할지 모른다. 반보 앞으로 나간 것이다. 평화 쪽으로 반보 향하는 것은 전쟁을 향해 완전히 달음박질하는 것보다 낫다”며 글을 마쳤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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