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사고를 낸 <폭스 앤 프렌즈>의 장면. 폭스 누리집 갈무리
미국 <폭스> 방송이 북-미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싱가포르에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을 생중계하다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두 독재자”(two dictators)라고 언급했다. <폭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애청하는 채널 중 하나다.
<폭스> 채널의 인기 아침 프로그램 <폭스 앤 프렌즈>는 10일 오전(미국시각)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싱가포르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을 생중계했다. 이 자리에서 진행자 애비 헌츠먼(32)은 “거기(싱가포르)에는 김정은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독재자 김정은과의 역사적 정상회담을 우리가 기다리고 있다. 이제 트럼프 대통령이 막 계단을 내려와 싱가포르에 발을 디디고 있다”고 묘사했다. 이어 “이 순간을 평가해달라. 내 말은, 이것은 역사다. 우리는 역사를 살아가고 있다. 두 독재자의 회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든,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은 역사”라고 했다.
이날 방송을 함께 진행한 사람은 앤서니 스캐러무치 전 백악관 공보국장이었다. 스캐러무치는 헌츠먼의 ‘위험’ 발언을 인지하지 못했고,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스캐러무치는 “그렇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괴적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런 만남으로 발전되지 않을 평범한 유대 관계는 깨려 한다”고 받아쳤다. 이어 “이 만남을 통해 세계 번영과 평화의 기회를 증진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곳에 있다는 것을 크게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헌츠먼은 주러시아 미국대사인 존 헌츠먼의 딸로, 유명 방송 진행자다. 헌츠먼은 방송이 마무리될 때쯤 “생방송은 종종 그렇듯 항상 완벽하지 않다”며 “두 사람을 독재자라고 부른 것을 사과한다. 의도한 것이 아니라 실수”라고 밝혔다.
그러나 헌츠먼이 “독재자”라고 말하는 장면은 온라인상에서 일파만파 번져나가는 중이다. 헌츠먼은 트위터에 “나는 결코 완벽한 인간이라고 주장하지 않겠다”며 “우리 인생에서 많은 실수가 있고, 나는 그런 일이 많다. 이제 진짜 문제로 옮겨 가자”고 적었다.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폭스 앤 프렌즈>에 방영된 내용을 트위터에 자주 언급해왔으나, 이번엔 반응 없이 잠잠하다고 덧붙였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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