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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지옥에 특별공간 있을 것”…캐나다 총리에 맹공 퍼붓는 미국

등록 2018-06-11 18:16수정 2018-06-11 22:06

미국의 수입 철강·알루미늄 고율 관세안에서 시작돼 동맹 뿌리째 흔들
트럼프 이어 관료들까지 시엔엔·폭스 뉴스에 거친 언사 쏟아내
트럼프, 11일 싱가포르에서 유럽연합·캐나다 언급 ‘분노의 트위트’
“공정(fair) 무역이 아니라 바보(fool) 무역”…“트뤼도 허풍떨다 걸렸다”
지난 8일 캐나다 퀘벡주 샤를부아에서 만난 주요 7개국(G7) 지도자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회담이 시작된 첫 날만 해도 7개국 정상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9일 폐막을 앞두고 공동성명 지지를 철회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덕분에 G7 회담은 파국으로 막을 내렸다. 왼쪽부터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트럼프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샤를부아/AFP 연합뉴스
지난 8일 캐나다 퀘벡주 샤를부아에서 만난 주요 7개국(G7) 지도자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회담이 시작된 첫 날만 해도 7개국 정상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9일 폐막을 앞두고 공동성명 지지를 철회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덕분에 G7 회담은 파국으로 막을 내렸다. 왼쪽부터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트럼프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샤를부아/AFP 연합뉴스
미국이 오랜 동맹이자 국경을 마주한 캐나다를 향해 인신공격을 동원한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외교적 결례마저 서슴지 않고 원색적 비난을 쏟아내는 이유는 지난 8∼9일 캐나다 퀘벡주 샤를부아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 파행 때문이다. 미국이 G7 회담 공동성명을 지지하려다 철회한 배경에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배신”이 있다고 주장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공격’에 이어 백악관 관료들도 앞다퉈 막말을 쏟아내면서, 끈끈했던 동맹 관계가 뿌리채 흔들릴 위기에 놓였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10일 <시엔엔>(CNN) 방송에 출연해 트뤼도 총리를 향해 맹공을 펼쳤다. 그는 “국내 정치를 위해 G7 전체에 해가 될 일을 했다. 우리 등을 칼로 찔렀다”며 트뤼도 총리를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이어 “미국은 선의를 가지고 협상에 임했다. 트뤼도 총리의 기자회견 전까지는 공동성명에 서명할 계획이었다. 그렇게 행동하면 안 되는 것 아니었나. 그건 배신”이라며 G7 회담 파국의 책임을 캐나다 탓으로 돌렸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시엔엔> 누리집 갈무리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시엔엔> 누리집 갈무리

같은 날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 국장은 더 강경한 어조로 트뤼도 총리를 원색적으로 질타했다. 그는 <폭스 뉴스>에 “지옥에는 부정직한 외교를 펼치고 등 뒤에 칼을 꽂으려는 외국 지도자를 위한 특별 공간이 있다”며 “그건 바로 악의적인 트뤼도 총리가 기자회견에서 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들보다 한 발 먼저 막말을 내뱉은 인물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는 지난 9일 자유무역 체제의 중요성을 강조한 G7 공동성명이 발표되자, 북-미 정상회담장인 싱가포르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에서 트뤼도 총리를 “아주 부정직하고 유약한 인물”이라고 비난했다. 미국과 나머지 G7 국가의 충돌은 미국의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고율 관세 부과안이 발표될 때부터 예고된 일이었지만, 이런 ‘더티 플레이’는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캐나다는 트럼프-커들로-나발로의 3연타 공격을 당한 뒤 “인신공격을 자제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외교부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방침은 불법적이고 부정한 것”이라며 “캐나다는 인신공격으로 외교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대응했다.

미국을 뺀 G6는 공동전선을 꾸리며 대항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대통령실은 “국제무대에서의 협력은 분노와 헛된 발언 때문에 결정될 수 없다”고 비판했고,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나바로의 ‘지옥’ 발언을 겨냥해 “천국엔 트뤼도를 위한 특별한 자리가 있다”고 밝혔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 <폭스 뉴스> 갈무리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 <폭스 뉴스> 갈무리
그러나 세기의 북-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에서도 이들 G6를 향해 ‘막말 폭격’을 이어갔다. 11일 오전 트위터에 “공정(fair) 무역은 호혜가 아니라면 ‘바보(fool) 무역’이라고 불러야 한다”며 “그들(캐나다)이 허풍을 떨다가 걸린 것”이라고 지적했고, “쥐스탱이 상처 입은 척한다”, “미국 대통령인 내가 다른 나라들이 막대한 무역흑자를 올리는 것을 허용해야 하나. 미국민에게 불공평하다”고 반발했다.

분이 풀리지 않았던지 이번엔 유럽연합(EU)과 독일을 따로 거론하며 ‘분노의 트위트’를 올렸다. 그는 “엄청난 재정 손실에도 유럽을 보호하고 무역에서도 부당한 손실을 본다. 이제 변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미안하지만 우리는 무역 부문에서 친구나 적이 우리를 더는 이용하게 놔둘 수 없다. 미국 노동자가 최우선”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거망동은 워싱턴 정가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다. 다이앤 파인스타인 민주당 상원의원은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 질서가 도전을 받고 있다”고 우려했고,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 또한 “우리 대통령이 그렇지 않을지라도, 미국은 동맹과 함께 있다”고 주변국 달래기에 나섰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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