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자녀들. 왼쪽부터 에릭, 이방카, 트럼프 대통령, 트럼프 주니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한 수사망이 더욱 옥죄어오고 있다.
뉴욕주 검찰은 14일 주대법원에 트럼프재단의 해체와, 트럼프 대통령 및 그 자녀들의 비영리재단 참여 금지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다.
바버라 언더우드 뉴욕주 검찰총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자선재단인 트럼프재단이 2016년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불법적인 정치적 공모”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뉴욕주 검찰은 이 재단이 280만달러(약 30억원)를 변상하라는 청구도 했다.
언더우드 총장은 2016년 대선 때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재단에 명의와 자금을 사용해 자신의 대선 운동을 지원하라고 불법적으로 지시했다고 밝혔다. 언더우드 총장은 재단과 그 이사들인 트럼프 대통령 및 그의 세 자녀가 내부 거래를 반복하며 대선 운동을 불법적으로 도왔고, 비영리단체가 반드시 지켜야 한 법률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언더우드 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72번째 생일인 이날 뉴욕주 대법원에 낸 소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단의 자산을 사업 활동과 개인적 물품 구매에 사용했다고 밝혔다. 뉴욕주 검찰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단을 통해 마라라고 리조트의 부채 10만달러를 상환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소유한 골프 클럽에 걸 자신의 초상화를 제작하는 데 재단 돈 1만달러를 쓰는 등 사적 유용 5건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뉴욕주 검찰은 트럼프 대통령과 세 자녀인 에릭과 이방카 등이 뉴욕주에 소재한 비영리재단에 참여하는 것을 금지시켜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또 자금 유용에 대한 내용을 국세청과 연방선거관리위원회에 이첩했다. 이런 기관들의 추가 조사 결과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에게 또다른 법적 책임이 부과될 수 있다.
언더우드 총장은 “재단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용한 수표책에 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재단은 1999년 이래 이사회가 한 번도 열리지 않을 정도로 트럼프 대통령 개인에 의해 좌우됐다고 설명했다.
트럼프재단은 이미 대선 기간부터 기부금 유용 의혹을 받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직후인 2016년 12월 이해충돌 방지 차원에서 트럼프재단을 해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뉴욕 검찰은 유용 의혹에 대한 수사가 끝날 때까지 재단을 해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크게 반발했다. 그는 트위터에 “추잡한 뉴욕 민주당원들, 그리고 지금은 망신당해 쫓겨난 (전 뉴욕주) 검찰총장 에릭 슈나이더만이 1880만달러를 받아 그보다 많은 1920만달러를 기부한 재단을 놓고 나를 제소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짓을 하고 있다”며 “이 사건에 대해 합의하지 않겠다!”고 적었다.
이번 트럼프재단 사건으로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에 대한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수사 등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각종 수사망의 강도는 더욱 높아지게 됐다. 이번 사건은 뮬러 특검이 다루는 사건에 가려져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언더우드로 수장이 새로 교체된 뉴욕주 검찰이 트럼프 대통령을 정조준함으로써 그 파괴력은 다시 커지게 됐다.
애초 이 사건 수사를 결정한 슈나이더 전 검찰총장은 여성들에 대한 폭행 의혹이 불거져 지난달 사퇴했다. 트럼프 대통령 쪽은 슈나이더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 쪽 인물로 그의 선거를 도왔다며, 이번 수사는 마녀사냥이라고 비난해왔다. 슈나이더의 후임인 언더우드 총장은 그에 비해 반트럼프 성향이 엷으나, 수사 의지는 슈나이더에 못지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