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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트럼프의 옹고집, 결국 엄마들한테 꺾였다

등록 2018-06-21 17:12수정 2018-06-21 19:40

“불법 입국 부모-자녀 격리, 모습 좋지 않았다”
격리 수용 정책 철회하면서 새 행정명령에 서명
멜라니아·이방카 등이 막후 압박해 정책 뒤집어
전직 퍼스트레이디들도 잇따라 비판 성명 압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불법 입국한 부모와 자녀를 함께 수용하도록 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들어보이고 있다. 왼쪽엔 커스텐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이, 오른쪽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서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불법 입국한 부모와 자녀를 함께 수용하도록 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들어보이고 있다. 왼쪽엔 커스텐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이, 오른쪽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서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불법 입국한 부모와 자녀를 격리 수용하는 정책을 철회했다. 그동안 어떤 비판에도 꿈쩍하지 않던 행태를 생각해 볼 때 매우 이례적인 대응이다. 벽창우 같던 그를 움직인 것은 트럼프 가문 안팎의 ‘엄마들’이었다. 이번 ‘후퇴’에는 아내 멜라니아와 큰딸 이방카의 압박이 크게 작용했다고 <시엔엔>(CNN) 방송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매우 강한 국경을 가질 것이지만, 그 가족은 함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불법 입국한 부모와 미성년 자녀를 함께 수용하도록 한 새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는 “가족이 분리되는 모습은 좋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국토안보부를 대상으로 한 행정명령에는 “밀입국자가 강제 추방되거나 난민 지위를 인정받기 전까지는 가족들과 함께 수용되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트럼프 행정부는 불법으로 월경하다 붙잡힌 부모가 처벌을 위해 구금되면 자녀들을 보호 시설에 격리 수용하는 ‘불관용 정책’을 4월부터 시행했다. 4월19일부터 5월31일까지 어린이 1995명이 부모와 격리된 채 조악한 수용 시설에 갇혔다. 부모를 빼앗긴 어린이들 얘기, 그들이 울부짖는 소리, 감옥 같은 시설에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보도되면서 “비인간적이다”, “잔인하고 악랄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 의원들도 한목소리로 분노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 앞에 큰 정치적 위기가 펼쳐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한 이는 슬로베니아 이민자 출신이자 대통령의 막내아들인 배런(12)의 엄마 멜라니아다. 한 백악관 관리는 <시엔엔>에 “며칠간 멜라니아가 막후에서 노력했다”고 전했다. 멜라니아의 공보 책임자인 스테파니 그리셤은 지난 17일 “멜라니아는 어린이들이 가족과 격리되는 것을 보는 걸 싫어한다”며 이례적으로 공개 의견도 냈다. 세 아이의 엄마인 이방카 또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했다. 이방카는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서명한 직후 트위터에 “우리 국경에서 가족 격리를 끝내는 중요한 행동을 취해준 것에 감사한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 직후 의원들에게 “이방카가 자녀를 격리하는 행정부 관행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며, 맏딸의 반대가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발 물러선 배경엔 다른 ‘엄마들’도 있다. 전직 퍼스트레이디들이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아내인 로라 부시는 지난 17일 <워싱턴 포스트> 기고를 통해 “무관용 정책은 잔인하다”고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아내인 미셸 오바마는 로라의 글을 공유하면서 “때때로 진실은 정당을 초월한다”고 밝혔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아내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도 18일 뉴욕에서 열린 여성 포럼에서 “백악관이 주장하는 것처럼 가족 격리는 법에 정해져 있지 않다. (민주당이 발의한 법 때문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완전히 거짓”이라고 규탄했다. 지미 카터 대통령의 아내 로잘린 카터도 성명을 내어 “국가의 수치이자 망신”이라고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새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해서 무관용 정책을 번복한 것은 아니다. 행정부는 국경을 넘는 불법 이민자를 계속 기소할 예정이다. 다만 소송을 마칠 때까지 부모가 미성년 자녀와 함께 묵을 시설을 마련하게 된다. 이미 부모한테서 분리된 1995명의 아이들에겐 이번 행정명령이 적용되지 않는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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