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경정책과 각종 스캔들로 비난받던 스콧 프루잇 미국 환경보호청장이 5일 사임했다. 지난 4월26일 하원 에너지상무위의 환경소위에서 증언하는 프루잇. AFP 연합뉴스
반환경정책과 각종 스캔들로 비난받던 스콧 프루잇 미국 환경보호청장이 결국 사임했다. 하지만, 후임도 강경한 반환경론자인 석탄업계 로비스트가 기용될 전망이다.
스콧 프루잇 미 환경보호청장은 5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사임을 밝혔다. 그는 자신과 가족에 대한 ‘수그러들지 않는’ 공격 때문에 사임한다고 밝혔다.
오클라호마 주 검찰총장 출신인 그는 환경보호청장 취임 이후 공금 지출과 관련된 잇단 스캔들 및 직권 남용으로 비난받아왔다. 프루잇은 자신의 직무와 관련된 12개 사안을 놓고 수사를 받고 있다. 특히, 그는 화석연료 로비스트과 연관된 아파트를 임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도 그는 환경 보호를 위한 많은 조처들을 폐지하는 등 환경보호청의 환경보호 임무와 기능을 심각하게 저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는 환경보호청장이 아니라 ‘환경파괴청장’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그는 사임 서한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나에 대한 당신의 신뢰는 나에게 개인적인 축복이었고 행정부 초기부터 기대되던 당신의 의제을 밀고나갈 수 있게 했다”며 “그러나, 나 자신과 가족에 대한 수그러들지 않는 공격들은 전례가 없고 우리 모두에게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했다”고 말했다.
프루잇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각료 차원의 인사로는 4번째로 사임하게 됐다.
강경 보수파인 프루잇은 파리기후변화협정에 탈퇴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강력히 지지했다. 트럼프 역시 경제성장을 억누르는 환경규제를 축소하는데 프루잇이 기여했다고 적극 지지해왔다.
하지만, 최근들어 백악관 쪽은 프루잇에 대한 태도를 바꿔왔다. 호건 기들리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3일 프루잇이 직면하는 혐의들에 대해 “문제가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프루잇은 청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군용기 사용에 3만6천달러 등 항공 여행에 총 16만8천달러 이상 지출 △보안 전화 및 컴퓨터 통신을 위한 개인적인 방음 부스 설치에 4만3천달러 지출 등 논란이 되는 개인적 지출 △자신의 지출 등에 의문을 제기하는 직원의 인사이동 △워싱턴 도심에서 약속에 늦지않으려고 차량 경광등 등을 무단으로 사용한 혐의 등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환경보호청장의 직무대리는 앤드류 휠러 부청장이 맡게됐다. 석탄업계 로비스트 출신인 휠러는 차기 환경보호청장으로 확실시된다. 휠러는 환경규제를 반대하는 석탄업계 등과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지닌 인사이다. 에드 마키 민주당 상원의원은 트위터에서 “거대석유회사의 오른팔 인사”가 “석탄 왕의 최고 로비스트”로 대체됐다고 비꼬았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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