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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트럼프-푸틴 ‘역사적’ 정상회담…“아주 좋은 출발”

등록 2018-07-16 20:17수정 2018-07-16 23:37

핀란드 대통령궁에서 사실상 첫 일대일 정상회담
트럼프 “세계는 우리가 잘 지내기를 바란다”
푸틴 “양국 관계에 대해 충분히 대화할 때”
어색한 모두 발언 분위기…입 앙다물고 악수
트럼프, 일대일 회담 뒤 “아주 아주 좋은 출발”

‘지각 대장’ 푸틴 30분 늦게 도착, 회담 지연
시리아·핵군축·미 대선 개입·이란 난제 수두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 핀란드 대통령궁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헬싱키/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 핀란드 대통령궁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헬싱키/로이터 연합뉴스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냉전 종식 후 최악의 상태를 이어온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 여러 난제를 앞에 두고 정상회담을 했다. 미-러 정상은 시리아 내전 등 중동 정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합병, 핵무기 감축 등 여러 주제를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핀란드 헬싱키의 대통령궁에서 통역만을 대동한 채 푸틴 대통령과 2시간여 동안 일대일 회담을 한 직후 기자들에게 “모두를 위해 아주 아주 좋은 출발”이라고 말했다고 <데페아>(DPA)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어떤 의미에서 좋은 출발인지는 설명하지 않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등 양쪽 측근들이 배석한 확대회담 및 업무오찬 자리로 이동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앞서 11~12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국방비를 더 지출하라며 동맹국들을 밀어붙일 때와는 어조가 상당히 다르다. 미국과 유럽 정치권 및 언론에서는 그가 동맹들한테는 채찍을 휘두른 직후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유화적 태도를 취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제기해왔다.

앞서 일부 미국 언론은 이번 회담을 “역사적”이라고 불렀지만, 두 정상은 정상회담 첫머리에는 썰렁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솔직히, 우리 두 나라는 서로 잘 지내지 못해왔다”며 “나는 정말로 세계가 우리가 잘 지내기를 바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양국은 “엄청난 기회들”을 갖고 있다며 “대단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회담에서 “군대, 미사일, 핵무기, 중국, 우리 공동의 친구인 중국의 시진핑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한테 “최고의 월드컵이었다”며 러시아 월드컵의 성공적 폐막을 치하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특유의 뚱한 표정을 지으며 “세계의 여러 분쟁 지대를 비롯해 양국 관계에 대해 충분한 대화를 할 때”라고 짧게 말하는 데 그쳤다. 기자들 앞에서 머리발언을 마치고 악수하는 두 정상의 표정은 경기 시작 직전 글러브를 맞댄 권투 선수들과 비슷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에 대해 어떤 논의를 할 것이냐고 트럼프 대통령한테 질문이 가자 옅은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지각 대장’ 푸틴 대통령의 비행기가 예정보다 30분가량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정상회담 시간도 늦춰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한 뒤 그해 7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부대 행사’ 차원에서 푸틴 대통령과 2시간가량 일대일 회담을 하고, 올해 1월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몇 차례 마주쳐 짧은 대화를 나눴다. 이번 회담이 사실상 첫 공식 정상회담인 셈이다.

양국 간에는 여러 현안이 있지만,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러시아 정부 쪽이 공작을 했다는 ‘러시아 게이트’ 사건 수사가 여전히 진행중이라 초미의 관심을 끌었다.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는 지난 13일 미국 대선 개입 혐의로 러시아군 정보요원 12명을 기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이들을 인도하라고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이 열리기 불과 몇시간 전 미-러 관계 악화의 원인은 미국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위터 글에서 “여러 해에 걸친 미국의 바보같음과 어리석음 탓에 러시아와 우리의 관계는 최악이며, 지금은 조작된 마녀사냥(러시아 게이트 수사)이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앞서 트위터를 통해 “불행하게도 내가 정상회담에서 아무리 잘해도, 만약 러시아가 수년간 저지른 모든 죄와 악의 대가로 위대한 도시 모스크바를 얻어낸다 해도 ‘충분치 못하다’라는 비판이 되돌아올 것이고, 추가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받아내야 할 판”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러 정상회담 전날까지도 “유럽연합은 (미국의) 적”이라는 ‘말 폭탄’을 던졌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와 영국 방문 중에 동맹국들을 난타하고서는 유럽연합(EU)이 가상의 적으로 여기는 러시아 정상을 만나기 직전에 이런 말을 한 것이다. 그는 이날 방영된 미국 <시비에스>(CBS) 인터뷰에서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적은 어디냐’라는 질문에 “우리에겐 많은 적이 있다. 나는 유럽연합이 무역에서 우리에게 하는 것을 볼 때 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도 어떤 의미에선 적이다. 중국도 경제적으로는 적이다. 분명히 그들은 적”이라고 말했다. 미국도 전통적으로 가상의 적으로 여기는 러시아나,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는 중국보다 유럽연합을 우선 꼽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러시아에 앞서 유럽연합이 적이라는 말에 많은 사람들이 놀랄 것’이라는 질문에 “무역 측면에서 그들은 정말로 우리를 이용한다”고 반박했다. 이에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트위터를 통해 “미국과 유럽은 가장 좋은 친구다. 우리가 적이라고 말하는 이는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이본영 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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