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수사당국으로부터 러시아 정보요원으로 활동한 혐의를 받고 체포된 마리아 부티나. 러시아 정부는 그의 체포를 트럼프-푸틴 정상회담 결과를 잠식하려는 행위라고 비난해, 미-러 사이의 또다른 긴장 사안이 되고 있다.
미모의 여성 스파이, 섹스, 그리고 총기.
첩보 영화에 등장할 법한 ‘모든 요소’를 갖춘 러시아 여성에 대한 수사가 미-러 관계에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미국 워싱턴 연방지방법원은 18일 불법 로비 등의 혐의로 체포된 러시아 여성 마리아 부티나(29)를 재판이 시작될 때까지 구금하라고 결정했다. 15일 체포된 부티나는 미국 특수이익단체에 취업하기 위해 단체 관계자들에게 ‘성접대’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부티나가 “한 고위 러시아 관리의 지시와 조종 아래” 미국 전국총기협회(NRA) 등 이익단체에 접근해 미국의 국가 의사 결정 과정에 침투하려 한 러시아 정보요원이라고 보고 수사하고 있다. 2016년 학생비자로 미국에 입국한 부티나는 워싱턴 아메리칸대 석사과정에 다니며 최대 로비 단체인 전국총기협회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했다. 전국총기협회는 지난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적극 지지했다. 미국 언론들은 수사 당국을 인용해, 부티나에게 ‘침투’ 지시를 내린 이는 러시아 중앙은행 부총재이자 전 러시아 상원의원인 알렉산더 토르신이라고 전했다.
법원에 제출된 수사 기록을 보면, 그는 ‘미국 인사 1’로 표현된 56살 남성과 동거했고, 다른 이와도 이익단체 일자리를 조건으로 육체관계를 맺었다. 이 ‘단체’와 ‘미국 인사1’의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부티나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주 등장하는 전국총기협회 및 사우스다코타주의 보수적 정치 활동가 폴 에릭슨(56)으로 추정된다.
부티나는 2015년 7월 당시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힌 트럼프 대통령의 타운홀 미팅 때 러시아에 관한 의견을 묻고, 그해 내내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전국총기협회 회의 등에서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대선 기간에 부티나와 ‘러시아 관리’는 트럼프 후보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만남을 중개하려 했으나 성사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외무부는 부티나의 구금은 16일 미-러 정상회의의 “긍정적 결과들”을 잠식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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