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 뉴저지주 모리스타운 공항에서 대통령 전용 헬기 ‘마린 원’에 탑승하기 위해 걸음을 옮기고 있다. 모리스타운/AP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22일 강도 높은 ‘말의 전쟁’을 벌이며 양국 간 긴장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로하니 이란 대통령에게: 절대 다시는 미국을 위협하지 말라. 만약 그런다면 이전 역사에서 고통받은 것과 같은 결과를 경험할 것이다. 우리는 더는 폭력과 죽음을 말하는 당신의 제정신 아닌 언행을 용납하는 나라가 아니다.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지난해 북한과의 대립 과정에서 “미국을 시험에 들게 하지 말라”고 한 것과 비슷한 투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지난달 4일 오스트리아 빈 연방총리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빈/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을 격분하게 만든 것은 이날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자국 외교관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이다. 그는 미국을 겨냥해 “사자의 꼬리를 가지고 놀지 말라. 그건 후회를 가져올 뿐”이라며 “이란과의 평화는 모든 최선의 평화가 될 것이며, 이란과의 전쟁은 ‘모든 전쟁의 어머니’ 같은 게 될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미국은 지난 5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들과 이란이 맺은 핵협정을 파기하며 다시 이란을 옥죄고 나섰다. 오는 11월부터는 모든 나라가 이란산 석유 수입을 금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에 대한 제재도 공언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란 정부는 현재 많은 해협의 안전을 보장하고 있으며, 봉쇄할 수 있는 해협도 많다”며 “호르무즈해협도 그 중 하나”라고 말했다. 미국이 이란의 원유 수출을 막으면 호르무즈해협 봉쇄 카드를 꺼낼 것임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이보다 먼저 로하니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린 것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다. 그는 캘리포니아주에서 한 강연에서 이란을 언급하며 “이란은 정부라기보다는 마피아를 연상시키는 뭔가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의 실권자이자 최고 종교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언급하며 “위선적 성직자들은 시민들이 고통을 받는 동안 지상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 되려고 온갖 부정한 계획을 고안했다”고 비난했다. 또 하메네이가 비밀리에 950억달러(약 107조7775억원) 규모의 헤지펀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세금을 내지 않고 이란 혁명수비대를 위한 비자금으로 쓴다고 주장했다.
<시엔엔>(CNN)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비판은 폼페이오 장관이 표현한 수사법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난해 여름 (북한에 대해 쓴) ‘화염과 분노’ 발언을 떠올리게 한다”고 짚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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