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무슬림 어린이들에게 아랍어를 가르치는 여름학교를 운영하는 타흐신 이스마일은 지난달 말 공공수영장이 문을 연 첫날에 아이들을 데려갔다. 가까운 데다 무료여서 몇 년째 아이들과 논 곳이다. 하지만 올해는 첫날부터 당혹스러운 경험을 했다. 수영장 매니저가 “그 면옷”은 입고 들어가면 안 된다고 경고한 것이다.
이스마일이 데려간 아이 15명은 이슬람 율법과 문화에 따라 몸을 많이 가리는 옷을 입었다. 여자아이들은 히잡을 쓰고, 어깨가 드러나지 않는 티셔츠를 입고, 아랫도리는 무릎 밑까지 내려오게 입었다. 이스마일은 수영장 매니저가 경찰까지 불러서 언제 나갈지 물었다고 했다. 자기 일행한테만 ‘대기 인원이 많으니 빨리 갔으면 좋겠다’는 요구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마일은 복장 문제로 이런 식의 차별을 여섯 차례 경험했다고 밝혔다. 한 번은 수영장 직원이 복장을 문제 삼으면서 이슬람이 어쩌고 하는 식으로 말하고, 이달 중순에는 아이들 어깨를 두드리면서 나가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스마일은 수영장 운영 규정에 면으로 된 옷을 입지 말라는 대목은 없다고 따졌다.
무슬림 단체는 윌밍턴시에 항의 편지를 보냈다. 마이크 푸르지키 시장은 뒤늦게 잘못을 인정하고 “우리 정책은 공공수영장은 모든 사람을 환영한다는 것이다”, “종교에 따른 복장을 이유로 나가라는 지시를 받은 어린이들에게 사과한다”고 밝혔다. 윌밍턴시는 금지 대상은 찢어진 청바지뿐이라고 했다.
시장이 사과까지 했지만, 수영장 매니저는 종교 차별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현지 언론 <뉴스 저널> 인터뷰에서 “누구도 차별하지 않았다”, “몸을 가리는 것은 좋지만 면으로 된 옷은 입지 말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모든 이용자들에게 요구했으므로 종교 차별이 아니며, 면으로 된 옷 탓에 수영장 필터가 막힐까봐 그랬다고 밝혔다.
해명이 어떻든 어른들은 화가 났고 아이들은 상처를 입었다. 5살, 6살 딸을 이 여름학교에 보낸 미아 밀러는 “내 아이들은 매번 수영장 옆에 앉아 울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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