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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캘리포니아 사상 최악 산불…트럼프 “대형 재난”

등록 2018-08-07 15:19수정 2018-08-07 21:01

캘리포니아 북부 서울 면적 1.9배 태워 ‘기록’
고온·건조한 날씨 탓 급속 확산…진화 어려워
주 전역 걸쳐 모두 18개 산불 동시다발 발생
호주·뉴질랜드 소방관들도 긴급 공수·투입

트럼프 “환경법 탓에 물 부족해 산불 악화”
방재당국 “호수 근처 화재…물 부족 아니다”
미군 비행기가 5일 캘리포니아주 북부 클리어 호수 근처 삼림에 화재 지연제를 뿌리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군 비행기가 5일 캘리포니아주 북부 클리어 호수 근처 삼림에 화재 지연제를 뿌리고 있다. AP 연합뉴스
북반구가 고온 건조한 날씨로 고통 받는 가운데,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의 산불이 캘리포니아주 역사상 최대 면적을 숯덩어리로 만들고 계속 확산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산림화재보호국은 샌프란시스코 북쪽의 클리어 호수 주변을 태우고 있는 ‘멘도시노 콤플렉스 산불’이 삼킨 면적이 6일 저녁 현재 1145㎢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두 개의 인접한 산불로 이뤄진 이 불이 태운 면적은 서울의 1.9배에 달하며, 지난해 10월 캘리포니아주 샌타바버라 카운티와 그 주변에서 1137㎢를 태워 사상 최대 산불로 기록된 ‘토머스 산불’의 피해를 능가한다. 캘리포니아주 산림화재보호국의 스콧 매클린 부국장은 “이 산불은 매우 빠르고, 매우 공격적이고,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전했다.

※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집 75채를 태우고 수천명을 대피하게 만든 ‘멘도시노 콤플렉스 산불’은 고온과 강풍 탓에 조만간 불길이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미국 기상청은 캘리포니아 북부 기온이 앞으로 며칠간 섭씨 43도까지 올라가고 바람이 거셀 것이라고 예보했다. 바람 방향이 수시로 바뀌는 데다 지형까지 험준해 진화 작업은 더욱 어렵다. 캘리포니아주뿐 아니라 애리조나·워싱턴·알래스카주에서 온 소방관들까지 합쳐 3200명이 진화에 나서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에서 온 소방관 140명도 현지 적응 훈련을 마치고 투입을 준비중이다. 소방 당국은 불도저를 이용해 산불의 예상 경로에서 초목을 제거하며 방어선을 만드는 데 열중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이뿐 아니라 모두 18개의 산불이 2263㎢를 불태우면서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고 있다. 샤스타와 트리니티 카운티를 덮친 산불로 7명이 사망했고, 샤스타 카운티 중심 도시 레딩에서는 집 1000여채가 불에 탔다.

캘리포니아에서는 몇년에 걸친 건조한 날씨가 산불에 풍부한 땔감을 제공하고 있다. 기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온난화가 대형 산불이 빈발하는 원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5대 산불 중 4개가 2012년 이후에 난 것이다.

캘리포니아주 북부 클리어 호수 주변의 주민이 4일 화마로부터 집을 구하려고 물을 뿌리고 있다. AFP 연합뉴스
캘리포니아주 북부 클리어 호수 주변의 주민이 4일 화마로부터 집을 구하려고 물을 뿌리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캘리포니아 산불을 “대형 재난”으로 규정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환경법 탓에 재앙이 커졌다고 주장해 다시 논란을 불렀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캘리포니아 산불은 적절하게 사용돼야 할 막대한 양의 물을 쓰지 못하게 하는 나쁜 환경법 탓에 확대되고 매우 악화됐다. 물이 태평양으로 빼돌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주 산림화재보호국의 매클린 부국장은 “우리한테는 물이 많다”며, 물이 모자라 진화가 어려운 것은 아니라고 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매클린 부국장은 더구나 ‘멘도시노 콤플렉스’ 등 여러 산불이 호수 근처에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호수나 강에서 비행기와 헬리콥터로 물을 퍼나르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금 같은 형태와 규모의 산불은 주택가를 보호하려고 물을 뿌리는 것보다는 초목을 제거해 방어선을 치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의 근거가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대한 사감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 소속인 브라운 주지사는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를 “미친 행동”이라고 비난하며 주 차원의 잔류를 선언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에게 적극 맞서온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제리 브라운 주지사는 북쪽의 방대한 양의 물을 바보처럼 태평양으로 흘려보내지 말고 자유롭게 흐르게 해야 한다”며 브라운 주지사를 직접 공격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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