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비행기가 5일 캘리포니아주 북부 클리어 호수 근처 삼림에 화재 지연제를 뿌리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 산불이 캘리포니아 역사상 최대 면적을 숯덩어리로 만들며 계속 확산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산림화재보호국은 샌프란시스코 북쪽 클리어 호수 주변을 태우고 있는 ‘멘도시노 콤플렉스 산불’이 삼킨 면적이 6일 저녁 현재 1145㎢에 달한다고 밝혔다. 두 개의 인접한 산불로 이뤄진 이 불이 태운 면적은 서울의 1.9배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지난해 10월 샌타바버라 카운티를 중심으로 1137㎢를 태워 사상 최대로 기록된 ‘토머스 산불’을 능가한다고 보도했다.
집 75채를 태우고 수천명을 대피하게 만든 ‘멘도시노 콤플렉스 산불’은 고온과 강풍 탓에 아직 불길이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미국 기상청은 캘리포니아 북부 기온이 며칠간 섭씨 43도까지 올라가고 바람이 거셀 것이라고 예보했다. 애리조나·워싱턴·알래스카주에서 온 소방관들까지 합쳐 3200명이 진화에 나섰지만 험준한 지형으로 인해 불길을 잡는데 애를 먹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에서 온 소방관 140명도 현지 적응 훈련을 마치고 투입 대기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캘리포니아에서는 동시에 발생한 18개 산불이 2263㎢를 태우면서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고 있다. 샤스타와 트리니티 카운티를 덮친 산불로 7명이 사망했고, 샤스타 카운티 중심 도시 레딩에서는 집 1000여채가 탔다.
캘리포니아에서는 몇년에 걸친 건조한 날씨가 이어진 탓에 산불이 확산될 수 있는 풍부한 땔감이 만들어져 있다. 기상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가 대형 산불이 빈발하는 원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5대 산불 가운데 4개가 2012년 이후에 발생했다.
캘리포니아주 북부 클리어 호수 주변의 주민이 4일 화마로부터 집을 구하려고 물을 뿌리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캘리포니아 산불을 “대형 재난”으로 규정하며, 환경법 탓에 재앙이 커졌다고 주장해 논란에 불을 붙였다. 그는 트위터에 “막대한 물을 쓰지 못하게 하는 나쁜 환경법 탓에 산불이 확대되고 매우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주 산림화재보호국의 스콧 매클린 부국장은 “우리한테는 물이 많다”고 밝혔다. 그는 여러 산불이 호수 근처에서 발생했으며, 호수나 강에서 비행기와 헬리콥터로 물을 퍼나르는 데 문제가 없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주장을 내놓은 것은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대한 사감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소속인 브라운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 결정을 “미친 행동”이라고 비난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온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브라운 주지사는 북쪽의 방대한 양의 물을 바보처럼 태평양으로 흘려보내지 말고 자유롭게 흐르게 해야 한다”며 브라운 주지사를 공격했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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