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전 브라질 대통령이 수감 전인 지난 1월 집회에 참석해 손을 흔들고 있다. 룰라 전 대통령은 오는 10월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상파울루/신화 연합뉴스
뇌물수수 혐의로 수감 중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72) 전 브라질 대통령이 오는 10월 대통령선거에 나가기 위한 후보 등록을 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브라질 노동자당이 대선 후보 등록 마감시한인 15일 룰라 전 대통령을 대선 후보로 공식 등록했다고 전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노동자당을 통해 공개한 서한에서 “나는 죽지 않고 후보를 포기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민주주의와 우리의 행동으로 브라질은 다시 행복해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부통령 후보로는 상파울루 시장과 교육장관을 지낸 페르난도 하다드가 지명됐다.
이에 따라 브라질 연방선거법원에 후보 등록을 한 각 당의 예비후보는 총 13명이 됐다. 현재 룰라 전 대통령은 수감 중인 상황에서도 지지율에서 경쟁후보로 꼽히는 극우 사회자유당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후보를 크게 앞서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브라질 선거법원은 내달 17일까지 룰라 전 대통령의 대선 입후보 등록을 승인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실형을 선고받은 정치인의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법령인 ‘피샤 림파’에 따라 그의 출마를 막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날 법원 앞에서 룰라 전 대통령 지지자 1만명이 그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며 법원을 압박했다.
룰라는 노동운동가 출신의 첫 좌파 대통령으로 2003부터 2011년까지 임기를 마치고 80%대 지지율을 유지한 채 퇴임했다. 사회복지 프로그램에 대한 대대적 투자를 통해 수백만명의 빈곤층을 중산층으로 끌어 올렸고, 브라질을 경제 호황으로 이끌었다. 퇴임 뒤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유지했지만, 2014년 정계를 뒤흔든 검찰의 반부패 ‘세차 작전’을 피해가진 못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2009년 국영 석유기업과 계약 체결을 도와주는 대가로 건설사로부터 뇌물을 받고, 돈세탁한 혐의로 지난해 7월 1심에서 징역 9년6개월, 지난 1월 2심에서 징역 12년1개월을 선고받고 지난 4월부터 수감 중이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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