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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트럼프에 쓴소리 마다않은 ‘상식적 보수’…존 매케인 별세

등록 2018-08-26 12:15수정 2018-08-26 21:20

공화당 대선후보 지낸 매케인 별세
월남전 포로 5년반 만에 생환 ‘영웅’
상원의원 6선…오바마와 대선 맞장
군비 외 사회·경제분야 민주당 협조
“전쟁포로” 조롱 트럼프와 앙숙관계
“미국 가치 타락시키는 인물” 비판
베트남전에 참전한 존 매케인이 1967년 10월26일 자신이 조종하던 전투기가 격추되어 북베트남군들에 의해 포로로 잡히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베트남전에 참전한 존 매케인이 1967년 10월26일 자신이 조종하던 전투기가 격추되어 북베트남군들에 의해 포로로 잡히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공화당 이단아에서 미국의 보수 가치를 대표하는 원로로 ….’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였던 존 매케인(81) 상원의원이 25일 별세했다. 지난해 7월 뇌암 진단을 받고 투병해온 매케인 의원은 애리조나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졌다고 그의 사무실이 성명을 통해 밝혔다.

매케인 의원은 지난해 7월 왼쪽 눈 위의 혈전 제거 수술을 받다가 뇌암이 발견됐다. 지난해 12월 워싱턴을 떠나 투병하다가 모든 치료를 중단한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숨졌다.

베트남전에서 포로 생활을 했던 매케인 의원은 1982년 하원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해, 87년부터 상원의원에 6번이나 당선되며 공화당의 대표적 중진으로 활약했다. 그는 2000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했으나 조지 부시에게 패배했고, 2008년에는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됐으나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에게 완패했다.

정계 입문 이후 그가 내건 상식적 보수주의는 워싱턴 기성 주류 정치권과는 항상 충돌해, 그를 공화당 내에서 독불장군이나 이단아(매버릭)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말년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가장 크게 충돌하는 공화당 인사가 됐다. 트럼프의 극우 포퓰리즘에 가장 강력하게 맞선 그의 정치적 입장은 그를 공화당의 보수적 가치를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각인시켰다.

2008년 5월28일 공화당 대선 후보이던 존 매케인이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즈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베벌리힐즈/AFP 연합뉴스
2008년 5월28일 공화당 대선 후보이던 존 매케인이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즈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베벌리힐즈/AFP 연합뉴스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해군 장성인 ‘해군 가족’ 출신인 매케인 의원은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는 베트남전에 해군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했다가 포로가 됐다. 그는 1967년 전투기 격추로 포로가 돼 5년간이나 포로 생활을 하다가 생환한 대표적인 베트남전 포로이자 전쟁 영웅이다.

포로로 잡힌 그는 기초적인 치료를 제외하고는 모든 것을 거부해 심한 고문을 받으며 심문을 받았다. 그에게 가해진 구타는 그가 해군 제독의 아들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중단됐다. 1968년 3월부터는 2년간 독방 생활을 했다.

그의 아버지가 베트남 주둔 해군 사령관으로 부임하자, 베트남 쪽은 그에게 석방을 제안했다. 하지만 매케인 의원은 모든 미군 포로들이 먼저 석방되기 전에는 자신도 풀려나지 않겠다며 거부했다. 그 후 이질까지 얻은 매케인은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는 결국 5년6개월 만에 석방됐으나 영구적 장애를 안게 됐다.

당시 해군 사령관으로 있던 아버지가 ‘아들을 풀어주겠다’는 베트남 쪽의 제안을 거절한 채 아들이 잡혀 있던 하노이에 대한 폭격을 명령한 일화가 있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매케인 의원에 대해 ‘베트남전 포로가 무슨 전쟁 영웅이냐’고 조롱해, 큰 파문을 일으키며 그와는 화해할 수 없는 정적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케인 의원의 별세 소식에 “나의 가장 깊은 애도와 존경을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가족들에게 보낸다. 우리는 마음과 기도는 당신과 함께한다”고 애도했다. 매케인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을 ‘미국의 가치를 타락시키는 인물’이라고 비판해왔다.

매케인 의원은 군비 확장을 주장하는 대표적인 정치인이었으나, 사회·경제 분야에서는 민주당과도 기꺼이 협조하는 초당적 입장을 보여 공화당 지도부와 항상 마찰을 일으켰다. 그는 1990년대에 빌 클린턴 당시 민주당 행정부가 지명한 연방대법관들이 최고의 인물들이라며 지지해 당 지도부와 큰 갈등을 겪었다.

2008년 매케인 의원과 대선에서 경쟁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우리들은 차이에도 불구하고 더 높은 것을 향한 신의를 위해 미국인들과 이민자 세대들이 똑같이 싸우고, 전진하고, 희생하려 했던 이념들을 공유했다”며 “존 매케인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최선을 다해 보여줬다”고 애도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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