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 회장(가운데)과 만나 레드카드를 내미는 장난을 치고 있다. 왼쪽 첫째는 카를로스 코르데이루 미국 축구연맹 대표. 워싱턴/AFP 연합뉴스
언론 매체를 “국민의 적”으로 규정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엔 구글을 저격했다. 구글이 ‘좌편향’된 ‘가짜 뉴스’의 기사만 검색 결과로 내놓는다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오전 5시24분 트위터에 “구글에 ‘트럼프 뉴스’를 쳤더니 가짜 뉴스만 나온다. 달리 말하면, 그들이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가짜 뉴스인 <시엔엔>(CNN)이 눈에 잘 띄고 공화당·보수적인 공정한 뉴스는 나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불법 아닌가? ‘트럼프 뉴스’를 쳤을 때 96%가 좌파 매체 뉴스였다”, “그들은 무엇을 우리가 볼 수 있고, 볼 수 없는지 통제한다.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곧 처리될 것”이라고 적었다. 아마도 새벽에 잠에서 깬 뒤 머리맡에 둔 스마트폰으로 자신과 관련된 뉴스를 검색해 본 뒤 상처를 입은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의 ‘생떼’ 주장에 백악관은 바로 반응했다. 래리 커들로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구글을 상대로 “몇 가지 조사와 분석을 할 것이다. 들여다보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피파) 회장과 백악관에서 만난 자리에서 기자들이 “구글을 정말 조사할 것이냐”고 묻자, “구글, 트위터, 페이스북은 문제 많은 영역 위에 있다”며 레드 카드를 내밀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조처를 취할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글을 비난하는 글을 올리기 전 <피제이 미디어>, <브레이트바트> 등 극우 매체 기사를 읽은 것으로 보인다. <피제이 미디어>는 25일 좌편향 뉴스가 검색 결과에 많이 등장한다는 취지의 분석 기사를 내놨다. 이 기사를 보면 “트럼프라고 쳤을 때 <시엔엔>이 가장 많이 노출됐고, <워싱턴 포스트>·<엔비시>(NBC)·<시엔비시>(CNBC)·<애틀랜틱>·<폴리티코> 같은 좌경화 매체가 비슷하게 등장해 96%나 됐다”는 내용이 나온다. <브레이트바트>는 27일 이 기사를 인용하며 “우리도 ‘트럼프’를 쳐봤더니 <시엔엔>·<뉴욕 타임스>·<가디언> 기사가 보였고, <브레이트바트>·<뉴욕 포스트> 등 보수 쪽 기사는 보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구글은 즉각 성명을 내어 “검색은 정치적 의제를 설정하는 데 사용되지 않고, 우리는 어떤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치우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구글은 ‘스파이더’라 불리는 알고리즘을 통해 페이지를 검색하고, 수백 가지 요소를 고려해 검색 결과를 내놓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색 결과는 사용자마다 다를 수 있다. <시엔엔>은 트럼프 대통령이 참고한 <피제이 미디어> 기사가 미국의 주요 언론 대부분을 ‘좌파 매체’라고 규정한 것부터 오류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11월6일로 예정된 중간선거와 무관하지 않다. 소셜미디어와 구글 등의 검색 서비스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전장’이 된 지 오래다. 지난 6일 구글·페이스북·애플 등은 중간선거를 3개월 앞두고 반인권이고 혐오스러운 허위 정보를 유포해온 소셜미디어 계정을 잇달아 폐쇄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로 알려진 앨릭스 존스가 운영하는 극우 음모론 매체 <인포워즈>의 콘텐츠도 삭제됐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가 공화당·보수 목소리를 차별하고 있다”, “소셜미디어 거대 기업들이 수백만명을 침묵시키고 있다”고 반발했다. 반면 민주당 등에선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인 ‘캠브리지 애널리티카 스캔들’을 언급하며, 실리콘밸리가 위법 행위를 허용하고 가짜 뉴스를 단속하는 데 실패했다고 보고 있다. 구글·페이스북·트위터의 대표는 다음달 5일 의회에 출석해 소셜미디어의 검열과 선거 개입에 관해 증언한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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