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맥간 백악관 법률고문이 지난 6월21일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최근 로버트 뮬러 특검팀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 ‘자기방어’ 차원에서 협력해 온 것으로 드러난 돈 맥간 백악관 법률고문이 올가을 자리에서 물러난다. 그는 백악관에서 뮬러 특검을 해고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던 유일한 인물로 꼽혀왔던터라 향후 ‘러시아 스캔들’ 수사의 향방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 트위터를 통해 “돈 맥간 백악관 고문이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의 인준(희망하건대) 직후인 이번 가을 자리에서 떠난다”며 “돈 (맥간)과 오랜 시간 함께 일했고, 진심으로 그의 봉사에 감사한다”고 전했다. 맥간은 지난 6월 트럼프 대통령과 뮬러 특검의 해임 여부를 놓고 충돌을 벌였고, 이후 사임 의사를 밝혀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글이 맥간에게 사임을 알리지 않은 상황에서 작성됐다고 측근을 인용해 밝혔다. 지난 18일 <뉴욕 타임스>는 맥간이 9개월간 30시간에 달하는 최소 3차례 특검 조사에 임했다며 그가 대통령을 보호하기보다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특검에 협력해왔다고 보도했다. 이후 맥간이 해임될 것이란 의견이 나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맥간과 다른 모든 백악관 직원이 특검에 전적으로 협조하도록 허가했다”, “게다가 우린 100만쪽이 넘는 서류를 기꺼이 건넸다. 역사상 가장 투명하게. 공모와 방해는 없다. 마녀사냥!“이라고 트위터를 통해 반박했다. 그러나 <시엔엔>(CNN) 방송은 맥간이 지난 1년 이상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못했으며 캐버도 연방대법관 후보의 인준 이후 자리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있음을 예상해왔다고 했다.
맥간은 백악관 법률고문으로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된 사안에서 중추적 역할을 해왔으며, 관련 내용을 뮬러 특검팀에 증언했을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불안하게 여겨 맥간의 사임을 앞당겼다는 얘기다. <뉴욕 타임스>는 맥간의 사임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격할 의향이 있는 몇 안되는 수석 보좌관 중 한명이 백악관을 떠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맥간은 2016년 7월 대선 운동이 시작될 때부터 트럼프 대통령 옆을 지켰던, 워싱턴 소식에 정통한 인물로 꼽힌다. 공화당 주요 의원들과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원 법사위원장을 맡은 척 그래슬리 아이오와주 상원의원은 맥간의 사임 가능성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맥간이 백악관을 떠난다는 것이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는 메시지까지 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이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맥간의 사임을 결정했다.
후임으론 백악관에서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법적 전략을 짜고 있는 에밋 플러드 특별 고문이 거론된다. <폴리티코>는 맥간이 이전에 몸담았던 로펌 ‘존스 데이’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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