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뇌종양 투병 중 세상을 떠난 존 매케인 상원의원(애리조나)을 추모하는 꽃과 편지가 피닉스에 있는 그의 사무실 밖에 한가득 놓여 있다. 피닉스/AFP 연합뉴스
미국 보수의 ‘큰 별’이었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1일 장례식은 그가 추구해온 애국심과 초당파성을 기리는 자리였다. 역설적이게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아래서 그 가치가 ‘사망’했음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이날 미국 워싱턴DC 국립성당에서 엄수된 매케인 의원의 장례식에서 유족 대표로 인사말을 시작한 딸 메건은 트럼프 대통령을 한번도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추모사의 거의 모든 내용을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시대에 대한 간접적인 비판으로 채웠다. 그는 “미국은 허세 부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미국은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존 매케인의 미국은 다시 위대해질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미국은 언제나 그랬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를 겨냥했다.
민주·공화 양당을 대표하는 추모자로는 매케인과 대선에서 경쟁했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나섰다. 헌사의 주요 내용은 매케인 의원이 평생 추구했던 초당파성이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자신과 매케인 의원 사이에 존재하던 많은 차이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결코 같은 팀임을 의심하지 않았다. 존은 우리의 안보와 영향력이 우리의 군사력과 부, 의지 앞에 남을 굴복시키는 능력이 아니라, 법치와 인권 같은 보편적 가치체계, 신이 모든 인간에 부여한 존엄에 대한 우리의 준수로 확보된다고 믿었다”고 강조했다. 부시 전 대통령 역시 “그의 경력의 여러 순간에서 존은 조국에 가치 없다고 생각한 정책과 관행들에 맞섰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면전에서 존 매케인은 ‘우리는 이것보다는 좋다, 미국은 이것보다는 좋다’고 주장하곤 했다”고 말했다.
이날 장례식은 매케인 의원 자신이 몇 달 전부터 직접 '기획'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을 초대 명단에서 제외하고, 부시, 오바마 두 전직 대통령을 조사를 낭독할 인사들로 직접 낙점했다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매케인 의원의 유언에 따라 이날 장례식에 초대받지 못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과 관련된 ‘러시아 스캔들’에 대해 언론을 비난하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협상 상대인 캐나다에 적의를 보이는 트윗 등을 쏟아낸 뒤 버지니아의 골프장으로 향했다. 트럼프 대통령 쪽에서는 장녀 이방카와 재러드 쿠슈너 부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장례식에 참석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20년간 세명의 전직 대통령들과 모든 주요 정당의 후보들이 함께 한 이날 장례식의 모든 광경은 이 나라가 한때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세계적인 지도력에 대한 우울한 마지막 함성이었다”고 평가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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