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코스비의 머그샷. 몽고메리카운티 교정본부 제공
미국의 ‘국민 아빠’ 코미디언 빌 코스비(81)가 “성폭력 약탈자”(sexually violent predator)라는 불명예를 안고 징역 최대 10년형을 선고받았다.
펜실베이니아주 몽고메리카운티법원 스티븐 오닐 판사는 25일, 2004년 자신의 집에서 템플대 농구부 코치 안드레아 콘스탠드(당시 30)에게 약물을 주입하고 성폭행한 혐의를 인정해 코스비에게 최소 3년,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코스비는 최소 3년을 복역하고 가석방 심사를 받게 된다.
오닐 판사는 이날 “이건 아주 심각한 범죄”라며 “모든 것이 당신에게 돌아간 것이다. 그 날이 왔고 그때가 왔다”, “정의를 위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하얀 셔츠 위에 멜빵을 걸치고 선고 법정에 나온 코스비는 바로 법정구속돼 자칫 여생을 감옥에서 보내게 될 처지에 놓였다. 사법당국이 코스비를 ‘정신적 이상 혹은 인격 장애’에서 비롯된 ‘성폭력 약탈자’로 규정함에 따라, 그는 지역 사회에 공개되는 성범죄자 명부에도 이름을 올리게 됐다.
코스비는 1980년대 텔레비전 시트콤 <코스비쇼>에 출연하면서 부유한 흑인 아버지 역할을 맡아 인기를 누렸다. 푸근하고 모범적인 아버지상을 그리며 ‘국민 아빠’ 반열에 올랐다. 2004년 템플대 이사이자 기부자였던 코스비는 콘스탠드에게 세 차례 약을 먹이고 성폭행한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올랐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2015년 수십년간 코스비한테 비슷한 피해를 당했다는 여성들의 폭로가 이어지면서 콘스탠드 사건은 공소시효가 만료 직전 재수사 대상이 됐다. 지난해 6월 첫 재판에선 배심원단이 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지난 4월 배심원단은 약물 주입 후 성폭행 등 총 3건의 혐의를 유죄로 평결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시작돼 전 세계로 퍼진 ‘미투 운동’ 덕분에 재조명된 사건으로 꼽힌다.
1960년대부터 코스비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은 최소 60명에 달한다. 다른 사건들은 모두 공소시효가 지나 코스비는 콘스탠드 사건만으로 처벌을 받게 됐다. <뉴욕 타임스>는 “유명인이 저지른 성범죄 사건에 대한 미투 운동의 ‘상징적인 승리’로 기록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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