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법관 지명자 브렛 캐버노가 고교 시절에 파티에서 자신을 집단 성폭행했다고 폭로한 제3의 증인 줄리 스웨트닉과 캐버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명한 대법관 후보 브렛 캐버노가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는 세 번째 증인이 등장했다. 이번 증인은 캐버노와 그 친구들이 집단 성폭행을 저질렀다고 구체적으로 진술해, 캐버노의 대법관 인준이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줄리 스웨트닉(55)이라는 워싱턴 주민은 1980년대 초 캐버노와 그의 학교 친구 마크 저지를 문제의 파티에서 만났다고 26일 밝혔다. 스웨트닉은 변호사 마이클 애버내티가 발표한 성명을 통해 자신은 캐버노 지명자와 그 친구한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캐버노의 성폭행 의혹을 처음 제기한 크리스틴 블레이시 포드 교수는 자신이 15살 때인 1980년대 초 한 파티에서 캐버노가 술이 취한 상태에서 자신을 성폭행하려고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캐버노는 그 파티에 참석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고, 당시 그 자리에 있었다는 캐버노의 학교 친구 마크 저지 역시 부인해왔다. 36년 전에 일어났다는 이 사건의 쟁점은 문제의 그 파티가 실재했는지, 그리고 다른 참석자도 같은 말을 하는지 여부였는데, 이와 관련한 새로운 증인이 나타난 것이다.
스웨트닉은 자신은 캐버노와 그 친구 저지가 집단 성폭행을 저지른 파티들을 목격했으며, 이들이 워싱턴에서 벌인 10개 이상의 파티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저지와 캐버노 및 다른 이들이 소녀들을 취하게 하고 정신을 잃게 한 뒤 옆방이나 침실에서 집단 성폭행을 시도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자신 또한 “1982년께 저지와 캐버노가 포함된 이런 집단 성폭행의 희생자가 됐다”고 주장했다. 스웨트닉은 “그들이 내 음료에 퀘일루드(진정제)나 그 비슷한 것을 타서 약에 취했다”며, 이 때문에 저항이 불가능했다고 주장했다.
스웨트닉은 “나는 캐버노가 최근 <폭스 뉴스>에서 주장한 자신의 고등학교 시절의 ‘결백’에 대해 살펴봤다”며 “이 주장은 절대적으로 거짓말이고, 캐버노는 1980년대 초에 과도한 음주 및 여성들에 대한 부적절한 성적 접촉에 일관되게 연루됐다”고 강조했다. 앞서 데보라 라미레즈라는 여성도 캐버노가 대학 시절에 성추행을 저질렀다고 폭로했다. 라미레즈는 예일대 재학 시절에 캐버노가 술 파티에서 자신에게 알몸을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고교 및 대학 시절에 자신의 성범죄 혐의가 여러 여성들에 의해 잇따라 폭로되자, 캐버노는 자신은 완전한 사람이 아니었다며 그동안의 완강한 부인 자세를 바꾸면서도 그런 성범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거듭 주장했다.
캐버노는 상원 법사위 관계자와의 개인적 회견에서 자신은 스웨트닉을 모르고, 그의 주장은 “웃기는 것이고, 상상의 세계에서 온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하지만 그는 학창 시절 행위에 대해 회개하는 어조를 보였다. 그는 “나는 친구들과 대개 주말에 맥주를 마셨다. 때로는 너무 많이 마셨다. 되돌아보면, 나를 지금 민망하게 하는 일들을 고등학교 때 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반성했다.
캐버노의 성폭행 혐의에 대한 추가 증언이 나오자, 상원에서 그의 인준은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상원 법사위의 공화당 의원인 수전 콜린스는 26일 법사위는 캐버노의 친구인 저지에 대해 소환장을 발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인 콜린스 의원은 그동안 캐버노의 성폭행 혐의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보여왔다. 그는 공화당 의원 11명과 민주당 의원 10명으로 구성된 상원 법사위에서 캐버노의 인준을 무산시킬 수 있는 캐스팅 보트를 쥔 인물이다. 법사위의 공화당 의원 제프 플레이크와 리사 머코스키도 캐버노의 인준을 서두르지 말자는 입장이다. 공화당은 27일 포드가 참석하는 청문회를 한 뒤 다음날인 28일 인준 투표를 강행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유엔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캐버노의 성범죄 혐의를 제기하는 여성들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그는 여성들의 주장은 “완전한 사기”라며, 자신을 상대로 제기된 성추문이 터무니없는 것처럼 캐버노의 혐의도 터무니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는 집에 앉아서 텔리비전을 보면서 캐버노 판사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는 사람과는 다르게 본다”며 “나에게도 여러 번 일어난 일이고, 나도 많은 잘못된 혐의를 받았다”고 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