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논란을 몰고 다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상장폐기를 고려하고 있다”는 트위터 발언 때문에 결국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29일 <시엔엔>(CNN) 방송은 지난달 “테슬라의 상장폐기를 고려중”이라는 트위트를 올린 뒤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고소를 당한 머스크가 증권거래위원회와 의장직에서 물러나는 내용으로 사건에 관해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머스크는 45일 안에 이사회 의장직에서 사임해야 하고, 앞으로 3년간 다시 의장직에 오를 수 없게 됐다. 최고경영자 자리만 유지한다. 머스크와 테슬라는 각각 2000만달러(약 222억2000만원)의 벌금도 물게 됐다. 테슬라는 2명의 독립된 이사진을 영입하고, 머스크와 투자자들 간의 소통을 감시하기 위한 조처를 하기로 했다.
머스크는 지난달 7일 트위터에 “주당 420달러에 테슬라의 상장 폐지를 고려 중이다. 자금은 확보됐다”고 적어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테슬라의 주가는 일시적으로 11% 급등했지만, 주주들의 거센 반발로 이 계획은 백지화됐다. 이후 증권거래위원회가 머스크의 주가 조작 등 혐의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고, 지난 27일 뉴욕 남부 연방지법에 투자자를 기만한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하기까지 했다. 증권거래위원회가 테슬라에 소송을 제기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테슬라 주가는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 28일에는 주가가 14% 가까이 하락했다.
스테퍼니 아바키안 증권거래위원회 집행분과 공동 책임자는 “오늘 발표된 구제책은 테슬라의 기업 지배 구조를 강화하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감독을 강화함으로써 쟁점이 되고 있는 위법행위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특별히 고안됐다”고 밝혔다. 제이 클레이턴 증권거래위원회 의장도 “기업과 기업 내부에서 입장을 발표할 때, 거짓이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성명을 내지 않도록 하기 위한 노력을 포함해, 책임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머스크의 예측 불가능한 ‘기행’은 이미 테슬라의 가장 심각한 위협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는 지난 7일 미국 방송인 존 로건이 진행하는 팟캐스트에 출연해 마리화나를 피우고, 위스키를 마시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 뭇매를 맞았다. 머스크가 운영하고 있는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 엑스’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미국 공군은 머스크의 행동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기까지 했다.
또 지난 7월엔 타이 치앙라이 동굴에 갇힌 축구 소년팀 구조를 돕겠다며 소형 잠수정을 기증했다가, 자신의 행동을 비판한 영국인 탐험가 버넌 언스워스에게 “소아 성애자(Pedo)”라는 막말을 퍼부어 국제적인 비난에 직면했다. 언스워스는 머스크를 상대로 7만5000달러(8332만원) 이상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로스앤젤레스 연방법원에 제기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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