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중개인들이 현황판을 보고 있다. 미국 다우존스지수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연이틀 급락했다. 뉴욕/AFP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다음달 말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11일 보도했다. 다만 무역전쟁으로 촉발된 미-중 갈등에 외교안보·군사 분야까지 악재가 켜켜이 쌓여 있는 상황이어서 정상회담만으로 돌파구가 마련될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이번 정상회담 개최는 미국의 대중 협상파와 중국 정부의 ‘합작품’으로 볼 수 있다. 이 신문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래리 커들로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등 온건파가 무역전쟁 피해가 확산하기 전에 이를 끝내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중국도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과 같은 대중 강경파의 입김을 우회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대면 회동을 희망해왔다. <월스트리트 저널>도 이날 백악관이 미-중 정상회담 개최를 결정했으며, 이를 중국 쪽에 통보했다고 전했다.
이에 맞춰 미국 재무부도 다음주 초 발표할 환율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고 관찰대상국으로 유지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환율조작국 요건을 충족하지 않은 점이 가장 큰 이유지만,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목적도 있어 보인다.
양국이 정상회담 개최를 추진하는 것은 무역전쟁 장기화 우려가 확산하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미국 증시 3대 지수는 10일 3~4% 급락한 데 이어 11일에도 2% 안팎 떨어졌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중 무역갈등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12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공개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미-중이 서로한테 부과했거나 논의 중인 보복관세가 모두 적용될 경우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첫 2년간 최대 1.6%, 미국은 거의 1.0%의 손실을 볼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중국의 지난 9월 대미 무역흑자는 341억3천만달러(약 38조6천억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해, 애초 기대했던 미국의 관세 정책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정상회담 성과를 낙관하기는 쉽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폭스 뉴스> 인터뷰에서 자신의 ‘관세 폭탄’ 정책과 관련해 “내가 하고자 한다면 (중국에) 할 게 많다”며 여전히 비타협적 태도를 보였다. 이는 중국의 협상 전략을 경직시킬 공산이 크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연구센터의 중국 전문가인 스콧 케네디는 “사태 전개의 방향을 고려할 때 (미-중 정상회담의) 조짐이 좋을 것 같지는 않다”며 “출혈을 멈출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 대중 강경파의 반격도 예상할 수 있다.
첨단기술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창과 방패’ 싸움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이 이날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이유로 민간 핵기술의 대중 수출을 강력히 통제하기로 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전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