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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패러다이스’가 지옥으로…캘리포니아 최악 산불 25명 사망

등록 2018-11-11 13:56수정 2018-11-11 21:05

사상 최악 산불 캘리포니아 북부 패러다이스 거의 전소
수십만 명 대피…가택 수색 끝나면 희생자 더 늘듯
LA 근처도 대형 산불 2개 발생…영화세트 소실 등 잇따라
123년 만에 가장 건조한 날씨-지구 온난화로 피해 커져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캘리포니아주 북부 패러다이스 근처에서 ‘캠프 파이어’가 9일 삼림을 태우는 모습을 담은 위성사진. EPA 연합뉴스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캘리포니아주 북부 패러다이스 근처에서 ‘캠프 파이어’가 9일 삼림을 태우는 모습을 담은 위성사진. EPA 연합뉴스
“도시 자체가 사라졌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 패러다이스의 그레그 볼린 부시장은 산불 ‘캠프 파이어’가 훑고 지나가 숯덩이로 변한 도시 모습을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이렇게 전했다. ‘캠프 파이어’는 시에라네바다산맥 기슭에서 2만7000여명이 사는 패러다이스를 삽시간에 천국에서 지옥으로 만들었다. 쾌적하고 살기 좋다는 뜻에서 패러다이스(낙원)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곳이지만 남은 것은 폐허뿐이다. 동시에 캘리포니아 남부 대도시 로스앤젤레스 근처에서도 대형 산불이 인구 밀집 지역을 위협하면서 30만명이 대피했다. 캘리포니아 사상 최악의 산불로 11일까지 25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 그래픽을 누르면 확대됩니다.
■ 차보다 빠른 강풍, 피할 시간이 없었다 ‘캠프 파이어’가 덮친 패러다이스와 그 근방에서는 전날 14구의 주검이 더 발견되면서 11일 현재 23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패러다이스에서만 10명의 주검이 추가 발견됐는데, 7구는 집 안에서 발견됐다. 당국은 화마가 쓸고간 지역에서 가옥 수색에 나서고 있어, 시간이 지나면 인명 피해 규모는 더 늘 것으로 보인다. 패러다이스가 속해 있는 뷰트 카운티는 ‘캠프 파이어’가 태운 면적이 서울의 70%에 해당하는 425㎢이며, 실종자가 110명이라고 밝혔다.

엄청난 크기의 화염이 때마침 불어온 강풍을 타고 주택가를 덮치면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동쪽 산악지대에서 태평양 쪽으로 부는 바람 ‘샌타 애나’는 순간 최대 풍속이 허리케인에 맞먹는 시속 120㎞에 이르러 대피에 필요한 시간 여유가 빠듯하다.

소방관이 9일 밤 불에 타는 패러다이스 주택가에서 물을 뿌리고 있다. 패러다이스/EPA 연합뉴스
소방관이 9일 밤 불에 타는 패러다이스 주택가에서 물을 뿌리고 있다. 패러다이스/EPA 연합뉴스
패러다이스 주민 샤론 블랙(68)은 지난 8일 남편과 함께 아무것도 챙기지 못한 채 집을 탈출해야 했다. 그는 “이웃이 오더니 ‘지금 빠져나가야 한다’고 말했고, 바로 전기가 나가면서 도망쳐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에이피>(AP) 통신에 말했다. 블랙은 자동차로 도로를 달릴 때 양쪽에서 화염이 포위해오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웃들의 생사를 확인할 길이 없다고 했다. 지난 9일 패러다이스에서 발견된 주검들 중 5구는 불에 탄 차 안에 있었다. 산불 ‘힐 파이어’와 ‘울시 파이어’가 위력을 더해가는 캘리포니아 남부의 말리부에서도 불에 탄 자동차 안에서 주검 2구가 발견됐다. 이 희생자들도 차를 타고 탈출하려다 화마의 속도에 따라잡힌 것으로 추정된다.

소방관이 9일 밤 산불 ‘울시’로 불에 타는 주택을 바라보고 있다. 말리부/AP 연합뉴스
소방관이 9일 밤 산불 ‘울시’로 불에 타는 주택을 바라보고 있다. 말리부/AP 연합뉴스
산불은 주택가와 농장뿐 아니라 학생 7000여명이 다니는 말리부의 페퍼다인대도 위협하고 있다. ‘울시 파이어’는 캘리포니아 남부의 영화산업 메카도 불태우고 있다. <에이치비오>(HBO)의 드라마 ‘웨스트 월드’ 촬영지로 유명한 세트 ‘웨스턴 타운’도 불에 탔다. 10㎢ 넓이의 이 세트는 패러마운트 영화사가만들어 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촬영장으로 사용됐다. 레이디 가가와 킴 카다시안 등 캘리포니아 남부에 사는 유명 연예인들은 집을 버리고 대피했다.

캘리포니아 남부의 말리부 주택가에서 승용차들이 전소돼 있다. 말리부/EPA 연합뉴스
캘리포니아 남부의 말리부 주택가에서 승용차들이 전소돼 있다. 말리부/EPA 연합뉴스
■ 가장 건조하고 더운 여름…캘리포니아는 연중 ‘산불 시즌 이미 올 여름 사상 최악 기록을 세운 산불에 이어 최악 기록을 다시 깬 산불이 발생한 것은 1895년 이후 5~10월 기후로는 가장 건조했던 기후가 배경이다. 숲과 덤불이 바싹 말라 산불 발생과 그 규모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지난 7월은 캘리포니아 관측사상 가장 더운 여름이기도 했다.

기상 전문가들은 결국 지구 온난화가 산불의 위력을 키운다고 지적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역사에서 가장 큰 산불 20개 중 15개가 2000년 이후 발생했다. 통상 캘리포니아는 여름이 ‘산불 시즌’이지만, 최근 상황은 1년 내내 캘리포니아를 ‘산불 시즌’에 놓이게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삼림 관리가 잘못된 게 피해를 키운다며 “당장 고쳐라. 안 그러면 연방 예산 지원은 없다”는 트위터 글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방관 단체 등이 반발하자 11일 “우리의 마음은 산불과 싸우는 이들과 함께한다”며 무마에 나섰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지구촌 현장] 캘리포니아 최악의 산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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