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 주도 탤러해시에서 10일 선거 관리 직원들이 재검표에 대비해 투표용지함을 점검하고 있다. 탤러해시/AFP 연합뉴스
지난 6일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와 관련해 플로리다의 주지사와 연방 상원의원 선거가 다시 재검표 사태를 맞게됐다. 2000년 대선에서 재검표 사태로 당락 결정을 한달이나 미루게 한 플로리다는 다시 미국 사회의 분열과 정치 양극화를 드러내고 있다.
플로리다 주정부는 주지사 및 상원의원 선거 재검표를 10일 결정했다. 플로리다주 내무부는 비공식 개표에서 후보들 간 득표율 차이가 0.5%포인트 이내여서 주법에 따라 재검표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개표 결과, 상원의원 선거에서 현직 주지사 릭 스콧 후보(공화)는 50.08%, 현 상원의원 빌 넬슨(민주)은 49.92%로 0.16%포인트 차이가 난다. 주지사는 론 드샌티스(공화) 후보가 49.59%, 앤드루 길럼(민주) 후보가 49.18%로 0.41%포인트 차이다.
플로리다 주법은 차이가 0.5%포인트 이내일 때 재검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0.25%포인트 이내이면 수작업으로 해야 한다.
공화당 쪽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까지 나서 구체적 증거도 없이 선거 부정을 주장해 2000년 대선 같은 갈등을 예고했다. 그는 11일 트위터에 “(민주당이) 플로리다에서 두 개의 큰 선거를 훔치려 한다!”며 “우리는 면밀히 주시한다!”고 적었다. 그는 전날에도 “플로리다는 걱정 마라. 나도 그런 사기를 밝혀낼 더 좋은 변호사들을 파견하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공화당 소속으로 현직 주지사인 스콧 상원의원 후보는 선거 부정을 주장하며 브로워드 및 팜비치 카운티의 선관위 직원들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그의 대변인 크리스 하틀라인은 “넬슨 상원의원이 현실을 받아들이고 플로리다주가 시간, 비용, 재검표의 불화를 겪지 않도록 할 때”라고 말했다.
하지만 넬슨 후보는 “모든 합법적 투표지들이 개표되면 우리가 이 선거에서 승리할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이 상원의원 선거는 표차가 0.25%포인트 이내여서 수작업으로 재검표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애초 패배를 시인했던 길럼 민주당 주지사 후보는 “나는 패배 시인의 말을 바꾼다”며 “모든 표 하나하나를 재개표해야 한다는 것은 타협할 수 없는 것이고, 사과할 요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플로리다주 농업국장 선거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공화당 후보에 불과 0.06%포인트(5300표) 앞서는 바람에 재검표가 진행된다.
플로리다에서는 수작업으로 모든 투표의 재검표를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등 선거를 둘러싼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2000년 대선에서는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가 약 900표 차이로 앨 고어 민주당 후보를 이겼으나, 투표용지 부정 등이 발견돼 재검표에 들어갔다. 하지만 연방대법원은 재개표를 중단시키고 그때까지의 개표 결과를 인정하는 결정을 내려 부시의 승리를 결정했다. 플로리다는 대선의 향방을 가르는 핵심 주로 떠올라, 선거구 획정 권한을 갖는 주지사 선거는 민주-공화 양쪽이 사활을 걸고 격돌해 왔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