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각) 미국행 중미 카라반 1진이 처음으로 미국과 접경한 멕시코 국경도시 티후아나에 도착한 가운데, 일부 남성들이 철제 국경장벽 위까지 올라가고 있다. 티후아나/EPA 연합뉴스
미국 망명을 희망하는 중미 국가 이민자 행렬인 ‘카라반’의 최선봉 일행이 13일 미국 남부와 접경한 멕시코 최북단에 도착했다.
360여명의 카라반은 이날 버스를 타고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와 맞닿은 멕시코 국경도시 티후아나에 도착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지난달 12일 온두라스를 떠난 지 꼭 한 달여 만에 약 3600㎞를 달려온 것이다. 이 중 20여명이 도착 직후 두 나라를 가르는 철제 장벽의 맨 위까지 올라가 20여분가량 앉아서 건너편을 살피는 바람에 미국 국경수비대가 말과 트럭을 타고 현장에 급파되기도 했다.
온두라스 출신의 호세 메히나는 “행복하다. 신이 도우셔서 미국까지 한 걸음뿐인 이곳까지 왔다”며 “쉽진 않겠지만 일단 국경까진 가서 어떻게 되는지 보겠다”고 말했다. 미국 공영 라디오 <엔피아르>(NPR)는 “티후아나에 도착한 카라반 1진의 상당수는 멕시코시티에서 본진으로부터 떨어져나와 앞서간 성소수자 그룹이라고 전했다.
멕시코 중부 과달라하라에서 합류해 잠시 숨을 고르던 카라반 본진 5000여명도 13일 북상을 재개했다. 유모차에 한 살배기 딸을 태운 마리벨은 “트럼프가 한 말을 전부 알고 있다. 국경을 막을 테면 막으라지, 우린 어쨌든 뚫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과 별개로 과달라하라의 남쪽에 있는 멕시코시티에도 이날 1300여명의 카라반이 도착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입국 불허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는 미국과 어떻게든 미국 땅에 발을 디디려는 카라반의 접촉이 눈앞의 현실로 닥쳐오면서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미국은 멕시코와 국경을 접한 텍사스·애리조나·캘리포니아 등 남부 3개 주에 연방군 병력을 7000명까지 늘려 배치하고 철조망과 바리케이드를 치는 등 경계 태세를 바짝 강화하고 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14일 직접 현지를 시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세관·국경보호국은 성명을 내어 티후아나에서 샌디에이고로 진입하는 검문소로 연결된 도로 일부를 폐쇄하고 국방부의 가시철조망 및 바리케이드 설치 작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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