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의장은 28일(현지시각) 모처럼 통화정책 수장의 말 한마디가 지닌 위력을 즐겼을 수도 있다. 기준금리가 중립금리의 “바로 밑”에 도달했다는 표현 하나에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2.3% 급등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뉴욕 이코노믹클럽 연설대에 섰다. 그는 “역사적 기준으로 보면 금리는 아직 낮으며, 경제에 중립적이라고 여겨지는 광범위한 평가 수준의 바로 밑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이 이 발언에서 내세운 개념은 중립금리다. 경기를 과열시키지도, 반대로 누르지도 않는 적절한 수준의 금리를 말한다.
파월 의장의 “바로 밑”이라는 말은 곧장 금리 인상 추세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져 증시를 끌어올렸다. 연준 쪽은 9월에 2.5~3.5%를 중립금리로 추산했는데, 투자자들은 그 하단인 2.5%에 주목했다. 연준은 미국 경제의 장기 호황으로 인플레이션과 금융 불안정 우려가 높아지자 올해 3차례 기준금리를 올려 2~2.25%로 만들었다. 12월에도 올리고 내년에도 3차례가량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수준이 중립금리에 근접했다는 판단이라면 빠른 인상 속도는 근거를 잃게 된다.
파월 의장의 발언은 미국 경제가 내년에는 감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는 가운데 나왔다. 대형 투자은행들은 3분기에 3.5%(연율)에 이른 성장률이 내년 하반기에는 1%대로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감세 정책의 효력이 다하고, 무역전쟁의 부메랑이 돌아올 것이라는 점 등이 배경이다.
하지만 미국 언론 등은 파월 의장의 발언이 지난달과 완전히 다르다며, 순전히 정책적 고려에서 나온 것인지 의문을 던지고 있다. 그는 지난달만 해도 현재의 금리 수준이 “중립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고 했다. 더구나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을 연준 수장으로 앉힌 것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포스트> 인터뷰에서 증시 하락은 물론 제너럴모터스(GM)의 북미 5개 공장 폐쇄 계획도 연준 탓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제이(파월 의장)를 고른 게 조금도 만족스럽지 않다. 누구를 원망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연준이 하는 일은 완전히 틀렸다”고 말했다. 그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증시 급락이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던 지난달 “연준이 미쳤다”고도 말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이튿날 나온 파월 의장의 발언을 오비이락으로만 보기는 어려운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잇따른 언급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이지만 연준 쪽은 정면 대응하지 않고 있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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