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대통령 당선이 유력한 에보 모랄레스 후보가 지난 8월 수도 라파스에서 450㎞ 떨어진 오리노카에서 선거운동 중 지지자들의 무동을 타고 있다. 오리노카/AFP 연합
코카 재배농 출신 모랄레스…반미·반자본주의 정책 시동
18일 치른 볼리비아 대통령 선거 결과, 에보 모랄레스(46) 후보가 과반의 득표율을 보이고 있어 사상 첫 원주민 출신 대통령 탄생이 유력해졌다.
반미·반자본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사회주의 운동당’(MAS)의 모랄레스 후보는 현지 언론의 개표 잠정집계 결과 51%의 득표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위에 오른 우파 후보 호르헤 키로가 전 대통령은 투표 마감 직후 격차가 크게 벌어지자 곧바로 패배를 인정했다.
모랄레스는 이날 출구조사 등이 나온 뒤 “볼리비아의 새로운 역사, 우리가 추구하는 사회적 정의와 평등, 평화가 있는 역사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당선되면 “미국한테는 악몽이 될 것”이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모랄레스가 당선되면 중남미에는 쿠바·브라질·아르헨티나·칠레·베네수엘라·우루과이 등 좌파 정부가 일곱 나라로 늘어나면서,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와 함께 반미 삼각지대가 형성되는 셈이다.
모랄레스는 반자본주의 정책으로 국제사회에서 스스로 고립될 것이라는 우려와 남미 최빈국에서 탈출할 적임자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다. 일단 볼리비아가 천연가스 매장량이 풍부하고 인구의 85%가 인디오와 혼혈족인 점으로 보아, 모랄레스 역시 차베스 대통령처럼 독자노선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모랄레스는 마약의 원료인 코카 재배 농민 출신으로, 중부 코카 재배 지역을 권력의 바탕으로 삼고 있다. 그는 코카 재배 농민을 이끌고 미국이 지원하는 정부의 마약 근절 정책에 맞서 싸우는 데 핵심적인 구실을 해 ‘볼리비아의 체 게바라’로 불린다.
1997년 하원의원에 당선된 그는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모랄레스가 당선되면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볼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의 발언에 따른 반미주의에 힘입어 2위에 올랐다.
2003년에는 에너지 부문의 국유화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주도하면서 곤살로 산체스 데 로사다 대통령을 퇴진시켰으며, 올해도 대규모 시위를 조직해 카를로스 메사 대통령의 퇴진과 조기 대통령 선거를 관철시켰다.
인구 880여만명인 볼리비아는 60% 이상이 헐벗은 삶을 살고 있다. 김학준 기자, 외신종합 kimhj@hani.co.kr
인구 880여만명인 볼리비아는 60% 이상이 헐벗은 삶을 살고 있다. 김학준 기자, 외신종합 kimh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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