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한테 ‘트위터 해고’를 당한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이 재직 당시의 문제로 의회 쪽과 은밀히 접촉한 것으로 밝혀졌다. 의회에서 대통령 탄핵 추진론이 커지는 상황이어서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틸러슨 전 장관이 21일 의회를 방문해 민주당의 엘리엇 엥겔 하원 외교위원장과 공화당의 마이클 매콜 외교위 간사 등을 만났다고 <데일리 비스트>가 보도했다. 틸러슨 전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부당한 지시나 행동에 대해 털어놨을 수 있다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현재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정 문제 및 외교정책 결정과 관련한 다양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2017년 7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한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도 조사 대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통역의 노트를 압수하는 등 대화 내용을 각료들과도 공유하지 않았다. 앞서 엥겔 위원장은 통역 노트에 대한 제출 명령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험한 꼴로 쫓겨난 틸러슨 전 장관은 전면에 나서지는 않으면서도 이따금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다. 지난해 5월 “지도자들의 윤리와 정직성의 위기”에 맞서자고 했고, 12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적인 일을 지시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발언에 “틸러슨은 멍청하고 게을렀다”며 반발했다.
틸러슨 전 장관이 의회를 방문한 시점에 민주당에서는 대통령 탄핵 추진 요구가 더욱 거세졌다. 이날 하원 법사위원회에 소환된 도널드 맥갠 전 백악관 법률고문이 백악관의 지시로 불참한 게 의원들을 격분하게 만들었다. 제리 내들러 하원 법사위원장은 이날 저녁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에게 탄핵 추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원 법사위의 메리 게이 스캔런 부위원장은 “우리는 이제 특별검사 수사를 방해한 대통령을 상대하는 게 아니다. 그는 이제 의회를 방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사위의 스티브 코언 의원은 “탄핵 문서 초안도 마련했고, 준비는 다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펠로시 의장 등 민주당 지도부는 공화당이 반대하는 한 가결이 어려운 탄핵 추진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만 결집시킬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펠로시 의장은 내들러 법사위원장에게 청문회에서 탄핵을 거론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