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보 모랄레스 원주민 출신 대통령
모랄레스 과반 득표, 볼리비아 대통령 당선
지난 18일 실시된 볼리비아 대선에서 반미·반자본주의를 내세운 원주민 출신 후보 에보 모랄레스(46)가 결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모랄레스 후보는 22일 93%의 개표가 완료된 가운데 54.3%의 높은 득표율로 남은 개표에 관계없이 당선을 확정지었다. 볼리비아에서 원주민 대통령이 나온 것은 스페인에서 독립한 지 180여년만에 처음이다.
이로써 중남미 좌파 정권은 7개국으로 늘어났다. 더욱이 내년 초 대선을 앞두고 있는 칠레, 멕시코 등에서도 좌파 후보들이 약진하고 있어 중남미에서 좌파 바람이 확산될 전망이다.
?5c예상외의 압도적 지지=선거 직전 여론조사에서 모랄레스는 35% 정도를 얻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과반을 넘기면서 결선투표 없이 당선을 확정지었다. 투표율도 85%로 예전 선거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이는 그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높다는 방증이다.
모랄레스의 지지세력인 노동자, 농민들은 2003년과 올해 대규모 시위를 벌여 친미 정권을 몰아내고 조기 대선을 이끌어 냈다. 그러나 이들은 모랄레스가 충분한 사회·경제적인 개혁을 이뤄내지 못할 경우 다시 거리로 나갈 가능성이 높다.
독립 180여년 만에 첫 원주민 출신 대통령
반미·반자본주의 외쳐… 좌파 정권 7곳으로
멕시코 에콰도르 니카라과도 좌파집권 예고
모랄레스가 제시한 주요 정책은 △마약 코카인의 원료인 코카 재배 합법화 △천연가스와 석유 산업의 국유화 △토지개혁 △신자유주의 정책의 폐기 등으로 요약된다.
모랄레스의 등장에 따라 미국은 볼리비아를 마약근절 협력국가에서 제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수백만달러의 지원금이 사라진다. 그러나 코카는 원주민 농민들의 주요 생계수단이어서 모랄레스로서는 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모랄레스는 이에 따라 부족한 재정을 외자와 기득권층이 독식하고 있는 천연가스와 석유 산업을 국유화해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앞서 석유 국유화 정책을 펼쳐온 베네수엘라와 달리, 전체 석유자원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이 정책의 운신 폭을 제한하고 있다.
?5c계속되는 좌파 바람=새해 중남미 지역에서는 1월15일 결선투표를 치르는 칠레를 비롯해 10개국에서 대선이 치러진다. 칠레에서는 좌파인 미첼레 바첼레트 후보가 1위로 결선투표에 올라 있다.
멕시코(7월)에서도 멕시코시티 시장 출신 좌파 후보 로페스 오브라도르가 여론조사에서 앞서 있다. 또 현재 과도 정부 상태인 에콰도르(10월)에선 사회주의자인 레온 롤도스 아길레라, 니카라과(11월)에서는 네번째 대권에 도전하는 전 대통령 다니엘 오르테가가 우위를 지키고 있다.
1970년대에 좌파 또는 민중주의 정권이 바람을 일으켰던 이곳에 1998년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를 시작으로 다시 좌파정권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국민 절반 가까이가 빈곤선에 빠져 있고, 빈부격차가 줄어들기는 커녕 더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남미의 정치 지형도가 변화하면서 이곳을 뒷마당으로 생각하는 미국은 위협과 지원을 내세운 강온 외교를 구사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차베스 대통령은 반미, 반부시 구호를 끊임없이 외치고 있고, 오일 머니로 지역의 빈국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김학준 기자, 외신종합 kimhj@hani.co.kr
반미·반자본주의 외쳐… 좌파 정권 7곳으로
멕시코 에콰도르 니카라과도 좌파집권 예고
2006 중남미 대선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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