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상대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초기부터 방위 비용과 관련해 “한국과 일본이 미국을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부 장관의 연설문 담당자인 가이 스노드그래스가 밝혔다.
전직 해군 장교인 스노드그래스는 오는 29일 발간될 예정인 저서 <홀딩 더 라인>에서, 트럼프 대통령 취임 6개월 된 시점인 2017년 7월20일 매티스 당시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처음 브리핑했을 때 이런 장면이 있었다고 회고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2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보도를 보면, 당시 매티스 장관은 국방부 청사를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과 일본에 60년 이상 주둔하면서 지역 평화를 유지해온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의 숫자와 미국 및 주둔국의 비용 부담을 설명했다. 매티스 장관은 일본이 미 해병대가 오키나와에서 괌으로 이전하는 데 필요한 비용의 일부를 부담하고, 한국은 주한미군 평택 이전 비용을 내고 있다는 점 등 두 나라의 상당한 기여를 강조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일미군) 괌 이전 비용의 나머지는 누가 내느냐”고 물으며 일본이 기지 이전 비용의 일부만 내고 있다는 사실에 화를 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잠시 침묵한 뒤, 매티스 장관이 설명하고 있던 주제와 무관하게 “우리의 무역 협정들은 범죄적”이라고 말하더니, “일본과 한국은 미국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 해군의 최신예 항공모함인) 제럴드 포드가 비용 초과로 완전히 통제 불능”이라고 말했다.
렉스 틸러슨 당시 국무장관 등 다른 참석자들의 브리핑까지 끝난 뒤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좋은 공부를 했다”며 “이건 수년간 만들어진 큰 괴물이다. 일본, 독일, 한국… 우리 동맹들은 테이블에 있는 다른 이들보다 우리 돈을 더 들게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은 브리핑을 한 사람들의 의도와는 다른 것이었다고 스노드그래스는 전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