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서바이버코어’ 창립자 버렌트
“평소에 세상은 스스로 잘 작동하죠. 하지만 감염병 대유행 같은 공동체 위기가 왔을 때는 그렇지 않아요. 코로나19 위기에는 협력과 효율이 필요해요.”
코로나19 환자 및 완치자 모임인 ‘서바이버코어’(survivorcorps.com) 창립자 다이애나 버렌트(47)는 최근 화상회의 앱 ‘줌’을 통해 <한겨레>에 이렇게 말했다. ‘서바이버코어’는 온라인 커뮤니티로 코로나19 확진자들과 그들의 가족이 모인 ’사랑방’이다. 지난 3월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에서 시작한 지 3개월이 채 되지 않아 5만5천명이 넘는 회원들이 모였다. ‘서바이버코어’에서 자신이 겪은 코로나19 경험과 증상을 공유하고 서로에게 용기와 위로를 건넨다. 이곳에서는 누구나 쉽고 빠르게 코로나19의 다양한 증상과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 실제로 발가락 끝이 붓고 심한 경우 괴사하는 ‘코로나 발가락’에 대한 정보도 언론보도가 나오기 몇 주 전부터 공유됐다.
버렌트 역시 초기 코로나19 확진자였다. 지난 3월 9일 아침 섭씨 38도가 넘는 고열과 함께 잠에서 깼단다. 가슴이 답답하고 숨 쉬기가 어려웠다. 뉴스에 나온 코로나19 증상과 일치했다. 그는 일어난 지 15분만에 스스로 자가격리에 들어갔고, 이후 18일 동안 격리생활을 이어갔다.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 ‘뉴욕1번 환자’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라 검사 받는 것 자체가 도전이었다. 아픈 몸으로 사흘을 수소문 한 끝에 감염여부 검사를 받았고, 그로부터 나흘이 지나서야 확진판정을 받았다. 증상이 나타난 지 일주일 만이었다. 그는 “확진판정을 받자 오히려 후련했어요. 그 전까지는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도 제 상황을 알릴 수가 없었거든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중증환자가 아니면 입원하지 않는 미국에서 버렌트는 코로나19로 극심한 위장장애를 겪었지만 의료진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그는 밤을 새워가며 자신의 증상을 검색했다. “구글검색 결과 10페이지 쯤 갔을 때 중국 우한의 환자 4명이 비슷한 증상을 보였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그렇게 여러 증상들을 공유하고, 환자 및 가족들의 두려움을 덜어낼 수 있는 플랫폼 ‘서바이어코어’를 구상했다.
뉴욕서 확진 뒤 자가 격리 18일
고통 속 유사증상 검색 경험 겪고
페북에 환자·완치자 사랑방 열어
3개월 안 돼 회원 5만5천여명 증상·치료 경험 등 여러 정보 나눠
완치자 혈장 연구용 기부 돕기도 현재 사진작가인 버렌트는 변호사이면서 미국 연방정부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했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버렌트와 ’서바이버코어’는 혈장기부자와 연구기관, 병원 등을 연결하는 ‘더파잇이즈인어스(thefightisinus.org/)’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 캠페인은 혈장을 원하는 연구기관·병원 등을 검증해, 기부 의사가 있는 완치자들이 제대로 된 기관을 찾을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한다. 벌써 미국 내 기업, 연구기관, 혈액은행, 병원들도 다수 참여했다. 승차 공유 서비스업체 ‘우버’는 기부자의 집부터 병원까지 이동을 무료 지원한다. 현재 완치자의 혈장에서 분리한 항체는 병의 진행을 늦추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버렌트도 벌써 여섯 번이나 혈장을 기부했다. 혈장은 연구가치는 물론 경제적 가치도 매우 높다. 버렌트는 “자가격리 중 페이스북에서 항체를 보유하고 있을 완치자의 혈장을 구하는 글을 봤다. 그 순간 앞으로 완치자의 항체를 두고 엄청난 경쟁이 일어날 것으로 봤다”며 ‘더파잇이즈인어스’가 비영리로 운영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자가격리에 들어간 첫날부터 미국에서 처음으로 혈장을 기부하게 된 순간까지 세세하게 기록해 인터넷에 공유하고 있다. 이 기록은 지역 일간지 <뉴욕 포스트> 누리집과 유튜브 채널에 공개됐다. 그는 사회적 지탄이 두려워 숨어서 치료 받는 환자들에게 위로와 용기의 말을 건냈다. “코로나 환자들은 감염되지 않기 위해 노력했지만 불행히도 감염된 것이죠. 그리고 그 결과로 몸 안에 항체라는 ‘초능력’을 얻게 됐죠. 우리는 혈장을 통해 다른 환자의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고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할 수도 있답니다.” 신은재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원 eunjae.shin@hani.co.kr
서바이버코어 창립자인 다이애나 버렌트가 혈장 기부를 위해 헌혈하고 있다. 그는 지금껏 여섯 차례나 혈장을 기부했다. 버렌트 제공
고통 속 유사증상 검색 경험 겪고
페북에 환자·완치자 사랑방 열어
3개월 안 돼 회원 5만5천여명 증상·치료 경험 등 여러 정보 나눠
완치자 혈장 연구용 기부 돕기도 현재 사진작가인 버렌트는 변호사이면서 미국 연방정부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했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버렌트와 ’서바이버코어’는 혈장기부자와 연구기관, 병원 등을 연결하는 ‘더파잇이즈인어스(thefightisinus.org/)’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 캠페인은 혈장을 원하는 연구기관·병원 등을 검증해, 기부 의사가 있는 완치자들이 제대로 된 기관을 찾을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한다. 벌써 미국 내 기업, 연구기관, 혈액은행, 병원들도 다수 참여했다. 승차 공유 서비스업체 ‘우버’는 기부자의 집부터 병원까지 이동을 무료 지원한다. 현재 완치자의 혈장에서 분리한 항체는 병의 진행을 늦추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버렌트도 벌써 여섯 번이나 혈장을 기부했다. 혈장은 연구가치는 물론 경제적 가치도 매우 높다. 버렌트는 “자가격리 중 페이스북에서 항체를 보유하고 있을 완치자의 혈장을 구하는 글을 봤다. 그 순간 앞으로 완치자의 항체를 두고 엄청난 경쟁이 일어날 것으로 봤다”며 ‘더파잇이즈인어스’가 비영리로 운영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자가격리에 들어간 첫날부터 미국에서 처음으로 혈장을 기부하게 된 순간까지 세세하게 기록해 인터넷에 공유하고 있다. 이 기록은 지역 일간지 <뉴욕 포스트> 누리집과 유튜브 채널에 공개됐다. 그는 사회적 지탄이 두려워 숨어서 치료 받는 환자들에게 위로와 용기의 말을 건냈다. “코로나 환자들은 감염되지 않기 위해 노력했지만 불행히도 감염된 것이죠. 그리고 그 결과로 몸 안에 항체라는 ‘초능력’을 얻게 됐죠. 우리는 혈장을 통해 다른 환자의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고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할 수도 있답니다.” 신은재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원 eunjae.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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