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 “온라인 수업만 듣는 유학생 미국 체류 금지”

비이민 F-1·M-1 비자 학생들에 해당
“대면 수업받지 않으면 추방될 수도”

미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은 6일(현지시각) 성명을 내어 가을 학기에 듣는 모든 수업이 온라인으로 옮겨진 외국인 학생들이 미국에 머무르는 것이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게티이미지뱅크

올해 가을학기 수업을 온라인으로만 듣게 된 미국 유학생들은 앞으로 미국에 머물지 못하게 된다. 코로나19가 끝나길 기다리며 온라인 수업을 들어오던 미국 유학생들이 당장 귀국 등 대안을 고민할 처지에 내몰렸다.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은 6일(현지시각) 성명을 내어 이번 가을 학기에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듣는 외국인 학생들의 미국 체류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비이민 F-1 및 M-1 비자를 받은 학생들이 대면 수업을 받거나 대면·온라인 수업을 병행하는 학교로 편입하지 않을 경우, 추방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아울러 이민세관단속국은 올 가을학기에 100%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되는 학교·프로그램에 등록하는 학생들에게는 신규 비자를 발급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F-1비자는 가장 일반적인 학생비자로 단과·종합 대학이나 사립고와 같은 허가된 학교 및 인가받은 영어프로그램 등을 다니기 위한 비자이며, M-1 비자는 미국 교육 기관에서 직업 관련 연구나 실습에 참여하는 경우 필요한 비자다.

미 정부의 발표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면서 미 대학들이 잇따라 가을학기 대면 수업 방침을 철회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가 일찌감치 지난 5월 가을학기를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이날 하버드대도 신입생에게만 캠퍼스 거주를 허용하고 가을 학기 강의를 온라인으로 대체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처로 미국에 나와 있는 한국인 유학생들도 적잖은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국제학생통계(IIE)에 따르면, 2018~2019년 미국에 체류중인 유학생들은 100만명이며, 이 가운데 한국 유학생은 5만2250명(4.8%)을 차지하고 있다. 부모를 따라 동반가족 비자를 받은 이들도 포함돼 있어, 이번 조처로 영향을 받게 될 학생 수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당장 미 대학들은 “커다란 혼선”을 초래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학총장들의 대표기구인 미 교육위원회의 테리 하틀 수석부회장은 <에이피>(AP) 통신 인터뷰에서 이번 지침에 가을학기 진행 중 코로나19가 발생해 온라인 수업만 하도록 전환해야 할 경우에도 외국인 학생이 추방에서 면제되지 않을 것이라는 조항이 있다는 점을 문제로 들며, 유학생의 출신국이 미국으로부터의 여행을 제한할 경우 대응할 방안이 확실치 않다고 우려했다.

미 정부의 이번 조처를 두고선 해석이 분분하다. 우선, 미 대선을 앞두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서’가 반영됐다는 해석과 함께 유학생들의 등록금 수입이 미 대학들의 주요 수입원이 되는 만큼, 경제 정상화를 위해 가을학기 정상 개강을 압박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정애 기자, 워싱턴/황준범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