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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미혼모·이혼녀·무신론자…보수의 벽 깼다

등록 2006-01-16 19:08수정 2006-01-17 16:49

칠레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 당선된 미첼레 바첼레트 후보가 15일 수도 산티아고에서 열린 당선축하 행사에서 딸 프란시스카(왼쪽 끝), 아들 세바스티안과 그의 연인의 박수를 받으며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답례하고 있다. 산티아고/AFP 연합
칠레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 당선된 미첼레 바첼레트 후보가 15일 수도 산티아고에서 열린 당선축하 행사에서 딸 프란시스카(왼쪽 끝), 아들 세바스티안과 그의 연인의 박수를 받으며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답례하고 있다. 산티아고/AFP 연합
칠레 집권 중도좌파연합의 미첼레 바첼레트(54) 후보가 15일 치러진 대선 결선투표에서 칠레 사상 첫 여성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그는 53.5%의 득표율로 46.5%를 얻은 우파 억만장자 기업인 후보 세바스티안 피녜라를 비교적 큰 표 차이로 눌렀다. 중도좌파연합은 이로써 1990년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의 독재 종식 이후 4번째 연속집권에 성공했다.

남미에서 직선으로 뽑힌 여성대통령은 니카라과의 비올레타 차모로, 파나마의 미레야 모스코소에 이어 바첼레트가 3번째이다. 그러나 대통령인 남편의 후광을 입은 다른 2명과 달리 그는 자신의 능력으로 당선을 일궜다.

더욱이 그가 한번의 이혼 경력을 가진데다 미혼모 출신이자 무신론자인 점을 고려할 때 그의 당선은 여러 가지 사회적인 벽을 넘어섰다는 의미도 안고 있다. 칠레는 카톨릭신자 비율이 89%로 남미에서 가장 보수적인 나라로 꼽힌다. 그의 당선은 여성 유권자들의 지지와 현 정권의 경제적 성과에 대한 지지가 어울려 이뤄낸 것으로 분석된다.

중도좌패 4번째 연속 집권 성공
라고스 ‘개방 경제’ 바통 이을듯

최고 권좌에 오르기까지 그는 숱한 역경을 헤쳐 와야 했다. 그의 아버지 알베르토는 공군 장성으로 1973년 피노체트 쿠데타 당시 민선 살바도르 아옌데의 사회주의 정권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체포돼 고문을 받아 사망했다. 당시 의대 3년에 재학 중이었고 사회당원이던 그도 어머니와 함께 체포돼 구타 등 고문을 받았다. 그는 석방된 뒤 오스트레일리아와 동독에서 망명생활을 하다 5년 만에 귀국했다. 의학박사 학위를 딴 뒤 그는 비밀 사회당원과 엔지오 회원으로 군부독재 희생자들의 자녀를 치료하는 등의 활동을 하면서 정치적 기반을 닦아왔다. 2000년 사회당 동료인 리카르도 라고스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본격적인 정치 일선에 나서 보건장관을 거친 뒤, 2002년엔 남미 첫 여성 국방장관을 경험했다. 그는 장관 시절 의료제도 개선, 군부와의 화해 등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라고스 현 대통령의 후계자라는 평을 듣는다. 따라서 그의 정책 방향도 현재의 틀을 거의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칠레는 좌파 정권이기는 하지만 시장경제의 틀에 충실한 노선을 걷고 있다. 라고스 대통령은 집권기간 동안 미국·한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는 등 개방정책을 통해 경제의 돌파구를 찾아왔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해 경제성장률 6%를 일궈내는 등 비교적 견실한 경제성과를 내왔다.


바첼레트 당선자는 선거운동 기간에 시장경제의 틀 위에서 빈부격차를 줄이기 위한 연금제 도입 등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뉴스위크>는 그가 기존의 경제성과를 토대로, 노동자 권리 보호, 공공분야 차별금지, 탁아소 증설 등 주로 사회부문의 정책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내다봤다.

김학준 기자, 외신종합 kimh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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